WP “트럼프의 ‘모순된’ 외교 정책, ‘예측 불가’ 보다 더 위험”

WP “트럼프의 ‘모순된’ 외교 정책, ‘예측 불가’ 보다 더 위험”

입력 2017-04-12 10:41
업데이트 2017-04-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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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긴장 국면에서 그의 엇갈린 트윗, 혼란 가중 우려”“3초 만에 외교 문제 결정”, “트럼프의 반응 얻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아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나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분 후 그는 또 트위터에 “북한은 문젯거리를 찾고 있다. 만일 중국이 돕기로 한다면 그건 훌륭한 일일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들 없이 이(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USA!”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과정과 당선 이후 지금까지 대외 교역만큼은 절대로 ‘미국 우선’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 트윗은 외교 안보 현안과 무역 문제를 ‘딜(거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독자 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의 대중 압박 전략의 하나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중요 외교 사안을 이렇게 가볍게 다룬 인물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미국을 위해 ‘예측 불가(unpredictable)외교’를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그가 군 최고통수권자가 된 지금, 동맹국들은 차라리 예측불가능한 것이 일관성 없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반도를 향하고, 대러ㆍ대시리아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일관성 없는 외교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는 외교 정책에서 규범과 프로토콜을 무시하며 충동적 천성과 모순된 언사를 구사하는 경향성을 보인다”면서 “혼란을 가중하는 것은 그의 내각과 백악관 보좌진들 역시 미국 외교의 기본 방향에 대해 어긋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 극단적인 예가 미·중 정상회담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백악관 보좌진들은 두 사람 사이에 ‘매우 긍정적인 케미스트리’가 있었다고 자랑했지만, 회담 이후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도록 하겠다는 미국의 시도가 어떤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몇 분 간격으로 엇갈린 대중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고위외교관은 “당신들은 이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3개월이 걸리는 대통령을 가졌었다. 그리고 지금은 3초 만에 결정을 하는 대통령을 갖고 있다. 이건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지나친 조심성과 트럼프의 충동성을 빗댄 말이다.

물론, 이런 외교적 혼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도 정권 인수 단계에 있으며 세제 개혁이나 의료보험 개혁 등 국내 현안에 더 몰두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외교 정책의 기본 노선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동맹이나 주요국과의 소통도 이처럼 제한적인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 급작스러운 외교ㆍ안보적 위기가 터졌을 때 이를 잘못 이해하고 그릇된 대처를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스러운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워싱턴의 한 고위외교관은 WP 인터뷰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본국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미국의 입장이 뭐냐고 물을 때”라며 “러시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시리아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무엇인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어떤 것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트럼프 행정부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의전을 중시하지 않고,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 즉흥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는 그의 앞에 ‘원고’나 사전 준비된 서류가 없다는 점이라고 WP는 꼬집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 만나면서 그의 앞에 원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의제를 선언하는 것이 ‘방문자’에게 달렸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한 외교관은 “이건 마치 바에 앉아서 모르는 사람과 얘기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사전에 충분한 브리핑을 받고 회담에 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WP는 “일부 외교관과 지도자들은 미국 대통령의 불투명하고 종종 모순된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 트럼프가 반응하는 하나의 언어를 이해했다”며 “그것은 아첨”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가진 첫 번째 외국 원수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문제에 대한 ‘전체론적 관점에서의 접근’에 찬사를 보내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둘라 국왕을 ‘전사’라고 부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WP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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