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구팀, “낙뢰 때 ‘양전자’ 생성 증거 확인” 논문 발표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 생겼다 사라져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물질’(反物質·antimatter)이 벼락이 칠 때 대량으로 생성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일본 교토(京都)대학과 도쿄(東京)대학 연구팀은 벼락이 칠 때 반물질이 생성된다는 증거를 찾았다는 연구논문을 23일 자 영국 과학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반물질은 그동안 우주에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 입자(우주선)가 지구의 대기와 충돌해 생기는 사례 등이 보고돼 있으나 인간 생활주변의 기상현상인 벼락에 의해 생기는 사실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반물질은 물질과 전기적 성질이 반대여서 우주 탄생 시에는 물질과 같은 양이 있었지만 이후 거의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속기를 사용해 인공적으로 만들 수는 있다. 2009년 작 미국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는 물질과 접촉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무기”로 그려졌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벼락이 많이 발생하는 동해연안에서 낙뢰 시에 방출되는 감마선(방사선)을 조사하기 위해 지상관측을 실시했다. 올해 2월 니가타(新潟) 현 가시와자키(柏崎)시 수백m 앞바다에서 낙뢰가 발생한 후 반물질이 생성됐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미약한 감마선을 검출했다. 감마선은 반물질의 일종인 “양(陽)전자”가 소멸할 때 나오는 방사선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 현상은 ▲벼락에서 방출된 강력한 감마선이 대기 중의 질소 원자핵에 부딪혀 중성자가 1개 튀어나오고 ▲중성자를 잃은 질소가 다른 물질로 바뀌는 사이에 보통의 전자와는 반대로 플러스 전기를 띠는 반물질인 “양전자”를 방출하며 ▲양전자가 대기 중 전자와 충돌해 미약한 감마선이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벼락에 의해 만들어진 질소의 방사성 동위체로부터 양전자가 발생하는 구조도 알아냈다.
적란운 속에서는 벼락이 한번 칠 때마다 수 조(兆)개의 양전자가 만들어지며 10분 정도 동안 발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연구팀의 에노토 데루아키(??輝揚) 교토대 교수(우주물리학)는 “생활주변의 벼락에서 반물질이 생성된다는 명확한 증거를 얻었다”면서 “벼락의 전모를 규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시오 도모오(牛尾知雄) 수도대학도쿄 교수(전자파공학)은 “겨울철 일본에서 방생하는 벼락은 한 번에 방출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고 지적하고 “극한상황이 반물질 생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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