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군 수백명 전투 이탈
탈영과 명령 불복종 계속
모병 연령 상한제 폐지해
러시아군 생도들이 지난달 2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리허설에 참가했다. AFP 연합뉴스
‘승리의 날’ 열병식 참석한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첫째줄 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77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 2022.5.9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월 4일 러시아군의 한 사령관이 서명한 군 내부 문서 사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근무 중 명령을 거부한 수백 명의 군인이 명령에 의해 강제 전역 조치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마을에서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거나 전쟁에 참전하라는 명령을 거부했다. 전역 처분에 반발하는 군인의 법적 대응을 돕는 러시아 변호사 미하일 베냐쉬는 WSJ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탈영과 명령 불복종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서방의 정보기관들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지휘계통의 무질서함과 혼란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미 국방부의 한 고위관리는 WSJ에 “러시아군 내 다양한 계급의 장교들이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민첩하게 따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은 탈영을 하거나 명령에 불복종하는 이들을 형사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곤혹스러워하는 상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정식 선전포고를 하지 않은 탓에 러시아 군법상 타 국가 복무를 거부하는 이들을 형사 고발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강제 전역 조치가 유일한 처벌 수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 탱크의 모습. 사진=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대의 군용 차량(사진)이 우크라이나 곳곳에 버려진 채 발견되고 있다 자료사진
기존 18~40세 러시아인과 18~30세 외국인만 지원이 가능했던 군 복무 계약을 40세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현재 러시아 정규군은 약 90만명으로, 이 중 40만명이 계약제 군인이고 나머지는 1년간 의무복무하는 징집병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군사 당국은 상한 연령 폐지가 우크라이나 전쟁 병력의 충원이 목적이라고 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군 전사자는 3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같은 날 발표했다. 침공 이후 전차 1330대, 다연장로켓시스템 203대, 군용기 207대, 헬기 174대, 군함 13척 등의 러시아 전력이 우크라이나에 의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한 활동을 독려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Команда Зеленського 페이스북. 2022.05.22
‘최후의 항전’ 아조우스탈 제철소 탈출
우크라이나 ‘최후의 보루’로 불린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탈출한 우크라이나 부상병이 16일(현지시간)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노보아조우스크에 도착해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중상자 53명 등 총 264명의 아조우스탈 저항군이 친러 지역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노보아조우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노보아조우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흑해에 대형상륙함 12척 배치”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 점령을 끝내기 전까지는 휴전을 서두르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침공 100일째 “국토의 약 5분의 1이 러시아에 점령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공 이후 군인과 민간인 등 우크라이나인 1만 40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약 1200만명의 실향민이 발생했고, 이 중 여성과 어린이를 중심으로 500만명 이상이 해외로 떠났다고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국군이 세베로도네츠크 주변에서 러시아군과 맞서고 있다고 했다. 세베로도네츠크 지역은 루한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마지막으로 사수 중인 주요 지역으로 평가된다.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 군의 고문과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BBC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전 마리우폴 시장은 러시아 군이 협력을 거부한 공무원들을 처형하는가 하면 올레니우카 교도소에선 주민들이 고문당했다는 보고를 접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흑해에 10척이 넘는 대형 상륙함들로 구성된 역대 최대 해군 전력을 배치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지원키로 한 첨단 첨단 다연장로켓포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지휘센터를 직접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폐허 된 건물 사이 펄럭이는 우크라 국기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쪽 소도시 보로디얀카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14일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호가 침몰한 뒤 보복 차원에서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함락이 임박한 가운데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러시아의 최후통첩에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으로 맞서고 있다.
보로디얀카 AFP 연합뉴스
보로디얀카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