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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의회로부터 “전쟁영웅” 기립박수 받은 나치 앞잡이

캐나다 의회로부터 “전쟁영웅” 기립박수 받은 나치 앞잡이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9-26 15:02
업데이트 2023-09-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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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로슬라브 훈카(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오타와의 캐나다 의회 하원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리며 앉아 있디. 캐너디언 프레스 AP 연합뉴스
야로슬라브 훈카(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오타와의 캐나다 의회 하원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리며 앉아 있디.
캐너디언 프레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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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오타와 캐나다 하원을 찾았다가 방청석의 야로슬라브 훈카를 알아보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옆에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서 있다. 캐너디언 프레스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오타와 캐나다 하원을 찾았다가 방청석의 야로슬라브 훈카를 알아보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옆에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서 있다.
캐너디언 프레스 AP 연합뉴스
야로슬라브 훈카(98)는 일생에 다시 없을 감격을 맛본 눈치였다. 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가 방문한 캐나다 하원 방청석에 앉아 있었는데 앤서니 로타 하원 의장이 “2차대전 때 러시아 침략군에 맞서 싸운 영웅”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우크라이나와 캐나다를 위해 싸운 그에게 우리 모두는 감사를 표한다”고 말하자 감격에 겨워했다. 의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와 나란히 손을 흔들며 경의를 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친위대(SS)가 우크라이나에 조직한 의용부대 제14 와폔(Waffen)-SS 돌격분대 소속이었다. 소비에트 적군(赤軍)에 맞서 싸운 것은 맞는데 나치 편을 들어 무기를 든 것이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나치 독일과 소비에트 적군에게 침공된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나치 편에서, 훨씬 많은 이들이 소련 편에서 무기를 들었다.

제14 와펜 분대는 폴란드인과 유대인 살해에 힘을 보탠 것으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확인됐다. 훈카가 속했던 부대는 1945년 연합군에 항복하기 직전 우크라이나 1사단으로 부대 이름을 재빨리 바꿨다. 그래서인지 훈카는 어떤 전범 재판을 통해서도 단죄받지 않았다.

로타 하원 의장을 비롯한 캐나다 의원들, 젤렌스키 부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그야말로 역사에 무지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캐나다 유대인 단체 CIJA는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던 나치 분대의 전투요원이 의회에서 박수를 받다니 “심히 혼란스럽다”고 밝히며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로타 의장은 “나중에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됐는데 내가 한 행동을 후회하게 됐다. 동료 의원들이나 우크라이나 대표단이나 누구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못했다. 순전히 내가 좋아 벌인 일이었다. 캐나다 유대인 공동체와 전 세계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싶다.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자유당을 이끄는 트뤼도 총리는 훈카를 초청한 것은 의장 사무실이었으며 사과한 것은 “올바른 일이었다”고 반겼다. ‘글로벌하게 창피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인도 매체들이 신난 것처럼 캐나다 의회의 망신살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도 않고 인도 정부 요원이 시크교 분리주의자를 암살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캐나다와 대립했던 인도로선 한 건 잡은 눈치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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