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서 ‘여자’ 됐는데…“남자로 돌아갈래” 러 최초 성전환 정치인 ‘후회’

남자에서 ‘여자’ 됐는데…“남자로 돌아갈래” 러 최초 성전환 정치인 ‘후회’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4-05-17 09:35
수정 2024-05-17 10:2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로만 알료신 텔레그램 캡처
로만 알료신 텔레그램 캡처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여성’이라고 규정한 러시아 최초의 트랜스젠더 정치인이 생물학적 성별인 ‘남성’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알타이공화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 로만 알료신(34)은 두 번째 성전환을 선언했다.

로만 알료신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에 “올해 러시아 정교회 사순절 기간에 어머니와 대화하면서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 조상들의 오래된 앨범을 살펴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내가 남자라는 생각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며 “내가 잘못된 문을 두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애국자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살고 있다. 모든 러시아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로만 알료신은 텔레그램 프로필 사진도 바꿨다. 이전에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 머리에 드레스를 입은 채였지만 지금은 짧게 자른 머리에 후드 점퍼를 입은 모습이다.

1990년 남자로 태어난 그는 대학 졸업 뒤 이름을 율리아 알료시나로 바꾸고 여성으로 살아왔다. 2020년에는 여성 성별이 기록된 여권을 받았다.

2021∼2022년 러시아 시민발의당 알타이공화국 지부장을 지낸 그는 러시아 최초 트랜스젠더 정치인으로 성소수자(LGBT) 권리를 옹호하면서 유명해졌다. 지난해에는 알타이공화국 수장 선거에 출마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 대법원이 LGBT 운동을 극단주의로 규정해 사실상 불법화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만 정의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주도하는 등 성소수자(LGBTQ+)의 권리가 조롱의 대상으로 여겨져왔다.

2013년에는 미성년자 간 비전통적인 성관계에 대한 선전을 금지하는 법이 도입됐고 2020년에는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조항이 개정 헌법에 포함됐다. 2022년 10월에는 미성년자에 동성애 관련 정보를 제한하는 등 반(反)동성애법의 적용 범위와 대상이 대폭 확대되기도 했다. 그해 11월 푸틴은 모든 연령대에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에 서명해 이성애가 아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사실상 불법화했다. 해당 법안을 위반하면 최대 40만루블(약 6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언론인 등에게는 더 엄중한 처벌이 주어진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트랜스젠더를 거론하며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가 여자아이가 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가르치는 것은 정말 괴물 같은 일”이라며 “러시아의 정신적 가치와 역사적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