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10년만에 한국공연 갖는 피아노 듀오 전현주·희진 자매

15일 10년만에 한국공연 갖는 피아노 듀오 전현주·희진 자매

입력 2011-09-14 00:00
업데이트 2011-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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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가 아닌데도 묘하게 닮았다. 피아노의 흰 건반과 검은 건반처럼 서로 메워주며 평생 붙어 다녔으니 그럴 법도 하다. 언니가 열한 살, 동생이 여덟 살 때 나란히 러시아로 떠났다. 말이 안 통해 입도 뻥긋 못했다. 그래도 자매는 서로 보듬고 내달렸다.둘 다 국립영재학교를 수석 졸업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에 수석 입학했다. 지난해 독일 최고 권위의 ARD콩쿠르 피아노 듀오 부문에서 1등 없는 2등을 했다. ‘렘넌트’(그루터기)라는 이름의 듀오로 활동하는 전현주(27)·희진(24) 자매가 주인공이다. 15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02-6303-7700)에서 10년 만에 한국 공연을 갖는 자매를 추석 연휴 직전 공연장 연습실에서 만났다.

→어려서 러시아로 유학 가 힘들었겠다.

전희진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가 러시아 교육방식을 마음에 들어 했다. 우리한테 ‘한국에서 하루 10시간씩 공부할래? 아니면 러시아에서 10시간씩 피아노 칠래?’하고 묻기에 러시아를 선택했다. 나중에 조금 후회했다(웃음).

현주 림스키코르사코프 국립영재학교 6학년과 4학년으로 편입했다. 그때 내가 6학년의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연습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밖에서 문을 잠그고, 불 끄고 가버렸다. 3개월쯤 수업을 빼먹고 학교 이곳저곳에 숨어 있었다. 엄마가 ‘실력이 늘면 친구는 저절로 생긴다’며 달랬다. 오기로 연습한 덕에 붉은색 졸업장(일반 졸업장은 푸른색, 수석 졸업장은 붉은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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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금호아트홀에서 리허설을 마친 전현주(오른쪽)·희진 자매가 “결혼해서도 같은 집에 살며 듀오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해하지 못할 남자라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며 웃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지난 7일 금호아트홀에서 리허설을 마친 전현주(오른쪽)·희진 자매가 “결혼해서도 같은 집에 살며 듀오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해하지 못할 남자라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며 웃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남들처럼 눈짓해서 호흡 맞출 필요 없어

→듀오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현주 1997년 교수님 추천으로 형제·자매만을 대상으로 하는 콩쿠르에 출전했다. 거기에서 1등 없는 2등을 했고, 이후 콩쿠르마다 거의 휩쓸었다.

→혼자 연주할 때와 어떻게 다른가.

현주 듀오로 하면 외롭지가 않다. 솔로는 혼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큰데 희진이와 항상 호흡하고 나누니까 배로 즐겁다.

희진 언니가 좋은 말을 다 해버렸다(웃음). 솔직히 무대 공포증이 있었다. 그런데 듀오를 하면서부터는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즐기면서 하니까 내 모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더라.

→하루에 떨어져 있는 시간은.

현주 24시간 붙어 있다. 희진이가 수업을 들을 때가 유일하게 떨어져 있는 시간인데 ‘언제 올 거냐’고 문자를 보낸다.

희진 그만큼 붙어 있으니까 호흡이 잘 맞는다. 듀오는 테크닉보다 호흡이 관건이다. 우리는 남들처럼 눈짓해서 맞출 필요가 없다. 한번은 콩쿠르 무대에서 연습할 때와 다른 감정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다르게 연주했는데 언니가 바로 맞춰 주더라.

●앙상블 하며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어

→서로의 장단점을 얘기한다면.

현주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희진이는 낭만파 음악을 잘 소화한다. 소리가 부드럽고 멜로디를 예쁘게 표현한다. 난 거칠고 힘있는 스타일인데 앙상블을 하면 녹아든다. 희진이의 단점은 무대에서 흥분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갑자기 템포가 빨라져 미처 표현을 다 못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희진 서로의 단점이 앙상블을 하면서 강점으로 바뀌는 것 같다. 언니의 단점은 (이때 현주씨가 “얘기 잘해”라며 눈을 찡긋한다.) 악보를 빨리 못 외우는 거다. 그런데 한 번 외우면 절대 잊는 법이 없다. 반면 나는 (빨리 외우지만) 조금씩 까먹는다(웃음).

→한국 공연은 2001년 이후 10년 만인데.

희진 떨린다기보다는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 그래서 곡목도 가장 자신있는 모차르트(네 손을 위한 소나타 라장조 KV381)와 프로코피예프(‘신데렐라’ 모음곡 Op.87)를 골랐다. 자다가도 깨서 곧바로 칠 수 있는 듀오곡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1-09-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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