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처절한 시청률 전쟁

‘아 옛날이여’…처절한 시청률 전쟁

입력 2013-05-20 00:00
수정 2013-05-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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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0% 넘기는 프로그램 드물어

지난 12일 예능 프로그램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SBS ‘런닝맨’이 기록한 시청률은 전국 기준(광고 제외) 14.6%였다.

또 MBC 수목극 ‘남자가 사랑할때’가 지난 16일 14회 방송에서 기록한 시청률은 10.3%였다.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해당 시간대에서 이른바 ‘가장 잘 나간다’는 1위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가장 인기가 있다는 프로그램조차 시청률 10%를 간신히 넘기는 척박한 시청률 전쟁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방송사 관계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예능·드라마 구분없는 시청률 하락 = 과거 극히 일부 드라마가 ‘애국가 시청률’의 굴욕을 맛봤다면, 이제는 전체적인 시청률 저하가 눈에 띈다.

20일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일요일이던 지난 12일 두 편의 주말 드라마를 제외하고 전국 기준 시청률 20%를 넘은 프로그램은 전무했다.

오후 황금시간대 1위를 차지한 ‘아빠 어디가’와 ‘런닝맨’이 15%를 넘지 못한 것을 비롯해 전통의 강자인 KBS 2TV 개그콘서트도 15.5% 시청률을 기록했다.

부진한 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은 더 심해졌다. SBS ‘맨발의 친구들’은 4.7% 시청률로 굴욕을 맛봤고, KBS 2TV ‘맘마미아’도 5.8%로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전반적인 시청률 저하는 주말 예능뿐 아니라 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주중 드라마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5일 지상파 방송 3사의 수목극 세 편이 모두 시청률 10%를 넘지 못한 것.

KBS 2TV ‘천명’이 9.9%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MBC ‘남자가 사랑할때’가 9.1%, SBS ‘내연애의 모든 것’이 4.4%를 기록했다.

여기에 같은 날 드라마에 이어 11시대 방송된 예능도 모두 10%를 넘지 못해 공교롭게도 지상파 방송 3사의 밤 시간대 방송이 모두 10% 미만 시청률을 기록하는 ‘동반’ 부진을 겪었다.

이튿날도 큰 변화는 없었다. ‘남자가 사랑할때’가 ‘10.3%’로 체면치레를 하고 ‘천명’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을 뿐, 다른 드라마와 예능 상당수가 4-5%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이는 2-3년 전만 해도 1위를 차지한 프로그램은 적어도 20-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는 현격한 차이다.

한 지상파 방송국 고위 관계자는 “과거보다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많이 빠져나간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 지상파의 시청률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층 이탈·볼거리 증가 = 지상파 방송 시청률의 전반적 저하는 수년 전부터 뚜렷해진 시청층 자체의 이탈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닐슨 코리아 조사 결과 작년 전체 가구 시청률 평균이 10년 전인 2002년보다 10%포인트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뉴미디어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TV로 방송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최근 많은 케이블과 종편 프로그램이 이슈를 만들어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tvN의 생방송 코미디쇼 ‘SNL 코리아’나 JTBC의 ‘히든싱어’ 등 인기 프로그램은 방송 이후 시청자의 반응에서나 언론 매체의 관련 보도량 측면에서 지상파 방송사 못지않다.

한 시청률 조사 기관 관계자는 “전체적인 지상파 시청률이 빠졌다는 인식은 분명히 있다. 모바일이나 PC를 통한 시청이 늘어나면서 생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줄어든 경향이 있고, 종편이나 케이블이 특정 분야에 특화한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시청률을 나눠갖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계절적으로 외부 활동이 많은 시기여서 전체적으로 약 4-5%포인트 시청률이 더 빠지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상파 중견 예능 PD는 “종편의 시청률 점유 현상을 무시하기 어렵다. 최근 일부 프로그램은 3%를 거뜬히 넘긴다. 기존 시청층 일부가 종편으로 빠져나간 셈”이라며 “더구나 드라마나 가족형 예능의 주 시청층이 중장년층임을 감안하면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우리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단순한 가구 시청률뿐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측정하려는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CJ E&M은 시청률에 잡히지 않는 화제성과 영향력을 측정하고자 키워드 검색자 수, 프로그램 연관 키워드 언급량(버즈량) 등을 통해 화제성과 영향력을 측정하는 ‘CoB(Consumer’s Content Consuming Behavior)’ 척도를 개발한 바 있다.

닐슨 코리아 관계자는 “조사 기관의 입장에서도 모바일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시청을 지표에 반영하려는 추세가 있다. 이미 시작됐고, 우리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실시간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요즘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시청률’ 대신 TV, 모바일, VOD 시청 모두를 포함하는 ‘시청자 접촉도’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며 “프로그램을 판단할 때 실시간 시청률만이 아니라 얼마나 화제가 되는지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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