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10년지기 안무팀 ‘와일드 래빗’…”댄서 처우, 저작권보호 개선돼야”
가수 비(본명 정지훈·32)의 안무팀은 ‘댄스계의 드림팀’으로 불린다.가수 비와 안무팀 ‘와일드 래빗’
비와 안무팀 ‘와일드 래빗’(왼쪽부터 정성탁, 김용덕, 고수봉, 비, 송재홍, 김규상, 박경렬)
고수봉(36), 정성탁(35), 박경렬(35), 송재홍(34), 김규상(33), 김용덕(33) 등 여섯 댄서들은 20년 경력의 ‘춤꾼’들로 유명 안무팀 DQ, 나나스쿨 등의 단장들이다. ‘강남스타일’의 ‘말 춤’을 만든 안무팀 매니아의 이주선 단장 바로 아래 후배들로 현역에선 최고참들이다.
비의 1집(2002) 또는 2집(2003) 때부터 10여 년 간 동고동락한 사이. 비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고 범상치 않은 캐릭터로 눈길을 끌어 방송사 경호원들도 “비 안무팀 왔다”며 반가워할 정도다.
이들은 각자의 안무팀에서 단장으로 활동하지만, 비가 컴백할 때면 뭉친다. ‘와일드 래빗’(Wild Rabbit: 길들여지지 않은 토끼)이란 팀명도 갖고 있다. 비가 강한 퍼포먼스를 무기로 국내외 무대를 누비는 데 첫손에 꼽히는 조력자들이다.
비가 6집 ‘레인 이펙트’(Rain Effect)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첫 방송을 하던 날 이들을 만났다. 비는 댄서들의 주위를 맴돌다가 편히 말하도록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KBS ‘뮤직뱅크’ 대기실에서 인터뷰한 이들은 “비와 우리 여섯 명을 7인조 그룹으로 봐주는 팬들도 있다”며 “10대 때부터 춤을 춰 지금은 단장들이지만 비의 공연 때만 직접 무대에 오른다. 우리 춤 인생의 가수는 단연 비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수 뒤에서 춤을 추는 댄서들은 배우로 치면 엑스트라로 여겨지기 마련. 그러나 비는 이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팀워크를 강조하며 조연으로 격상시켰다. 비는 연습생 시절 무대 경험을 키우기 위해 박진영의 무대에서 댄서로 활동해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었다.
박경렬은 “다른 가수의 무대에선 엑스트라인데 비는 스타가 되기 전부터 우리를 아티스트로 대우하며 조연으로 세워줬다”고 말했다.
댄서의 대우가 열악한 업계 현실에서 비는 데뷔 시절부터 댄서들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정성탁은 “보통 기획사들이 제작비 문제로 댄서들에게 대충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힐 때 비는 뒤에 있는 댄서들도 멋있어야 한다며 의상, 신발을 제대로 갖춰주고 헤어숍에도 데려갔다. 해외 공연 때도 식사 등 모든 면에서 자신과 동등하게 대우했다”고 설명했다.
비의 춤 실력에 대해서는 “솔직히 우리보다 잘 춘다”고 웃었다.
정성탁은 “비처럼 184㎝의 장신에 힘과 스피드를 갖춘 가수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긴 팔과 다리로 춤을 추면 동작이 정말 시원하다. 아이돌 가수들은 작은 손동작까지 가르쳐야 하지만 비는 2를 던져주면 8을 더해 10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김규상도 “지금의 아이돌 가수들이 비를 보고 연습을 많이 했다”며 “비는 다른 가수가 열 가지 동작으로 소화할 춤을 한 동작으로 해내는 센스가 남다르다. 포인트를 정확히 짚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이번 6집 타이틀곡 ‘서티 섹시’(30 SEXY)의 춤은 절제된 섹시미가 포인트. 손을 휘젓는 동작이 많아 ‘이소룡 춤’이란 별칭이 붙었다. 이 춤은 비가 무술 동작에 착안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비의 연습량에 혀를 내둘렀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연습벌레죠. 과거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를 찍으며 ‘태양을 피하는 방법’ 앨범을 함께 준비했는데 소속사의 반대에도 끝까지 고집하며 두 가지를 강행하더군요. 새벽에 우릴 소집해 연습하는데 비가 쌍코피를 흘리는 것도 여러 번 봤어요.”(정성탁)
박경렬은 “30대가 됐는데도 한결같이 연습한다”며 “그런데 10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단체 채팅방에 ‘진짜 힘들다’고 토로하더라. 힘들다면서도 우리를 시도 때도 없이 불러내 연습했다”고 웃었다.
이들이 비와 함께 누빈 해외 무대도 숱하다. 쿠바부터 독일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여서 비행 마일리지도 엄청나게 쌓였다고 한다.
정성탁과 송재홍은 “’잇츠 레이닝’(It’s Raining) 앨범을 내고 홍콩 공연을 위해 현지 공항에 입국했을 때 환영나온 인파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폐막식 무대도 정말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댄서들에게도 해외 팬이 생겼다.
이들은 “정성탁 씨가 가장 인기가 많다”며 “과분하게도 팬들이 우리 이름을 불러주며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댄서들의 처우와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K팝 열풍에 춤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안무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는 현실이라고도 했다. 앞서 2012년 ‘말 춤’이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안무 저작권에 대한 댄서들의 권리 찾기 움직임이 일었다.
’학다리 춤’(’나혼자’) 등 씨스타의 히트 안무를 만든 김규상은 “한국방송댄스협회가 사단법인이 됐다”며 “댄서들의 복지 개선과 저작권 보호 방안을 논의하는 단체다. 안무 저작권은 저작권 관리협회가 따로 만들어져야 해 회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한목소리를 낼 창구가 생긴 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성탁도 “춤을 만들어주는 안무비는 300만~500만 원 선이고 방송 한번 출연으로 받는 돈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전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며 “그나마 안무가들은 생활이 가능한데 후배 댄서들은 밤새 연습해 한 달간 방송 무대에서 버는 돈이 100만 원 정도다. 후배들의 복지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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