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
국내 처음 소개되는 독일 박물관 소장 유물 40여점 눈길
장수와 병사들이 착용했던 갑옷과 투구를 전시한 모습. 대열의 장면을 재현한 대형 영상을 함께 배치해 몰입감을 높였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는 ‘문약(文弱)한 나라’라는 선입견과 달리 조선이 무치(武治)에도 힘쓴 국가였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조선 왕들의 군사적 노력과 아울러 왕실의 군사의례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전시로는 처음이다. 이를 위해 갑옷과 투구, 무기, 군사 깃발 등 176점의 다양한 유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과 함부르크 로텐바움박물관 소장품인 갑옷과 투구 40여점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조선의 군사 신호체계는 각종 무늬가 그려진 지휘용 깃발을 활용한 시각적 신호인 형(形), 악기·화학무기 등을 이용한 청각적 신호인 명(名)으로 이뤄졌다. 총 27종의 관련 유물이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대열의를 행할 때 장수와 병사들이 입었던 갑옷과 투구, 무기 등을 양쪽으로 배치해 관람객이 마치 왕의 시선으로 군사를 사열하는 듯한 생생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흥미롭다. 붉은 융에 철과 동으로 만든 갑찰을 달고, 용과 봉황 등 각종 무늬로 화려하게 장식한 갑옷과 투구는 웅장함을 더한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지휘 신호용 깃발과 악기, 화약무기 등도 압도적이다.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박물관이 소장한 갑옷과 투구, 갑주함 등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전시 전반부에선 역대 왕들이 군사력 강화를 위해 펼친 정책을 소개한다. 조선 전기에는 북방 여진족과 남방 왜구를 견제하는 다양한 전법과 무기가 연구됐고, 16세기 말~17세기 초 두 번의 왜란과 호란을 겪은 이후에는 조총 등 신무기를 도입하고 군제를 새롭게 개편했다. 이런 변화상을 병서와 회화작품, 진법에 관한 영상 자료 등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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