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시인
같은 땅 위에서 같은 나라 같은 말을 쓰면서
같이 시를 쓰는 사람이어서 좋았습니다
살아서 여러 번 뵙고
즐거운 이야기 시의 이야기 많이 나누고
사랑까지 베풀어 주시어 참 좋았습니다
육신의 어머니는 아니지만
마음의 어머니 시의 어머니
영혼의 어머니
더 많은 사람의 이웃이요
진정한 위로자이자 벗이요
마음의 파수꾼
이제 아흔여섯 해 지상의 생명을 다하고
하느님 부르심 받았으니
안녕히 가시어요
함께한 날들이 모두가
꽃밭이었고 축제였답니다
당신이 세상에 먼저 시인이셔서
저희도 따라서 시인이고 싶었고
자랑스러운 시를 쓰고 싶었답니다
안녕히 가시어요 어머니
지상에서 살며 육신으로 아프셨으니
하늘나라에 가서는 아프지 마시고
이제는 지팡이 놓고 휠체어 놓고
편한 걸음으로 천천히 하늘나라 가시어요
다시 뵙는 날 기쁘게 웃겠지요
다시 뵙는 날 그 나라에서
새로 쓰신 시 차근차근 읽어 주시어요
어머니 어머니 시의 어머니.
나태주 시인
2023-10-12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