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궁전에서 행복하다고?”

“쓰레기 궁전에서 행복하다고?”

입력 2011-09-03 00:00
업데이트 201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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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의 역습】 랜디 프로스트·게일 스테키티 지음 윌북 펴냄

‘저장 강박증’을 아시나요. 1947년 3월 21일 금요일 오전. 미국 뉴욕 할렘가 경찰서의 전화가 시끄럽게 울렸다. “콜리어 저택에 시체가 있어요.” 이웃 주민의 신고였다. 경찰은 괴짜로 통하는 콜리어 형제와 관련해 여러 해 동안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관들은 현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결국 쇠지레와 도끼를 가져와 지하실로 통하는 쇠창살문을 땄다. 문을 열자 신문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콜리어 형제는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집에 쌓아두는 기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조사 결과 동생 랭글리는 자신이 설치한 부비트랩을 건드리면서 신문더미에 깔려 질식사했고, 동생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눈먼 호머는 굶어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세상과 단절된 채 그들만의 ‘쓰레기 궁전’ 속에서 자유롭고 완벽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 믿었던 형제는 말 그대로 잡동사니로 인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뉴욕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형제가 살았던 저택의 내부 모습은 그 후로도 내내 화제가 됐다. 엄청난 양의 잡동사니로 인해 건물은 무너질 지경이었고 진입하기조차 어려운 집 안에서 형제의 주검을 발견하고 수습하는 데만 몇 주가 걸렸다. 수거한 쓰레기만 무려 19t에 이르렀다. 사건 발생 6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이름을 딴 공원이 존재하고 있으며 ‘저장 강박’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저장 강박증’으로 인해, 집안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물건을 들여놓는 바람에 결혼 생활이 파탄난 사례가 더러 있다. 고양이나 개만 수십 마리를 키우는 사람도 많다. 편안한 안식처여야 할 집이 잡동사니로 인해 우리를 옭아매는 괴물이 돼 버리는 기상천외한 일은 이제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심리학 교수이자 ‘저장 강박증’의 세계적 권위자인 랜디 프로스트와 치료 전문가 게일 스테키티가 공동으로 집필한 ‘잡동사니의 역습’(정병선 옮김, 윌북 펴냄)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저장 강박’에 관한 종합보고서이다.

전 세계 600만여명이 필요 이상이거나 혹은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을 소유하는 데 집착하는 ‘저장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책은 전한다. 두 저자는 물건을 모으기만 하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을 면밀히 관찰해 그 원인과 심리상태를 분석하고 그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이 오히려 우리들에게 역습을 가해 올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뭇 호기심을 자극한다. 1만 48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2011-09-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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