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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발레리, 佛문학의 재발견

프루스트와 발레리, 佛문학의 재발견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1-07-13 17:42
업데이트 2021-07-14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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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거장 조명 에세이·선집 출간

‘프루스트를 읽다’ 펴낸 정명환 교수
묘사력 감탄하며 자기중심주의 비판
백선희, 발레리 경구 574편 뽑아 엮어
이재룡, 문학 동향 소개 에세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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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 읽다’ 책표지. 현대문학 제공
‘프루스트를 읽다’ 책표지.
현대문학 제공
프랑스 문학 거장들을 조명하는 비평 에세이와 경구 선집 등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영미 대중 문학보다 독자층이 옅고 난해한 프랑스 문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이 눈길을 끈다.

원로 불문학자 정명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대문호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문학 세계를 폭넓게 다룬 에세이 ‘프루스트를 읽다’(현대문학)를 펴냈다. 정 교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독하지 않았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해 2016년부터 5년 넘게 프루스트의 저작을 살펴 180개의 단상으로 남겼다. 그는 프루스트의 뛰어난 묘사력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한계를 지적한다.

예컨대 “개인적, 주관적 체험만이 중요하다”(380쪽)는 프루스트의 문학관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실존적 연대 의식이 부재하고 자기중심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정 교수는 특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번역된 소설 제목을 ‘잃었던 때를 찾아서’라고 명명했다. 이는 ‘때’가 ‘시간’보다 포괄적이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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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발레리의 문장들’ 책표지. 마음산책 제공
‘폴 발레리의 문장들’ 책표지.
마음산책 제공
백선희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는 20세기 전반기 프랑스의 대표 시인 폴 발레리(1871~1945)의 아포리즘(경구)을 모아 엮은 ‘폴 발레리의 문장들’(마음산책)을 펴냈다. 시 애호가들이 수없이 인용한 구절 “바람이 분다!…살아봐야겠다!”(‘해변의 묘지’)로 유명한 발레리는 1894년부터 51년간 매일 새벽 자신의 단상을 노트 261권에 기록했다. 이 가운데 통찰력이 빛나는 글 574편을 백 번역가가 직접 뽑아 엮었다. 발레리가 보기에 인간은 ‘있을 수 있는 온갖 고통과 지고의 쾌락을 지고 두 다리로 버티는’(59쪽) 존재다. 그러면서 발레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건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가치를 부여하라”는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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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때때로 맑음’ 책표지. 현대문학 제공
‘소설, 때때로 맑음’ 책표지.
현대문학 제공
이 밖에 이재룡 숭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프랑스 최신 문학 동향과 흐름을 소개한 비평에세이 ‘소설, 때때로 맑음’(현대문학) 시리즈 세 번째 책을 출간했다. 이 교수는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글들의 총 완결편이기도 한 이 책을 통해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등 19세기 인물에서부터 파트리크 모디아노, 르 클레지오 등 현재 거장들의 최신작 등 50여편을 분석한다.

실존 인물의 실제적 삶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고자 한 베로니크 올미의 ‘바키타’, 자전 소설로 화제의 중심에 선 크리스틴 앙고의 ‘생의 전환점’ 등을 다각적으로 조명했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 문단의 현주소를 돌아보며 “현대 소설이 허구와 현실, 진실과 거짓 그 중간쯤 어느 회색 지대에서 오가는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일침을 놓는다.

김화영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는 “샤르트르 등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이 1950~60년대 한국문학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며 “프랑스 문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최근 원전에 충실한 번역서도 잇달아 출간되는 등 지성적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1-07-1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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