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정부 복지의 빈틈 ‘나눔의 문화’가 채워야”

[커버스토리] “정부 복지의 빈틈 ‘나눔의 문화’가 채워야”

입력 2011-09-03 00:00
업데이트 2011-09-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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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이제는 기부보다 나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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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정진홍(74)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부라는 말도 언젠가는 사라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껏 ‘가진 사람이 베푸는’ 기부문화가 확산돼 왔다면 이제는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나눔의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정 이사장은 “빈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것을 나누고 또 타인의 것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정부의 복지가 채우지 못하는 빈틈을 나눔의 문화가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이 보기에 우리나라는 결코 선진국에 비해 나눔이 뒤처진 나라는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친척이나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십시일반 돕는 문화에 익숙하다.”면서 “재단이나 단체를 통한 기부문화가 이제 막 시작 단계일 뿐 한국 사회에서 나눔의 문화는 견고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이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확산된 수해지역 돕기 봉사활동이나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재능기부 운동에도 관심이 높다. “돈을 나누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힘, 하다못해 시간이라도 남을 위해 나누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눔이 퍼지는 데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사태 탓에 금이 가버린 자선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자선단체들이 성장해 갈수록 이익단체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면서 “자선단체들이 올바르게 운영되도록 관리하고 감시하는 법을 마련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부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는 일부 시민들의 고정관념도 문제라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단돈 1000원을 기부하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라면서 “굳이 자선단체를 통하려 하지 않고도 나눔의 방법과 통로는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눔의 확산을 위해 부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주문했다. 정 이사장은 “부는 개인의 것이 아닌 사회 공동체의 자산”이라면서 “부를 공동체가 나눠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을 사회적 캠페인이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 등을 통해 넓혀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자신이 가진 자산을 어떻게 의미있게 쓸지 모르는 시민들도 있다.”면서 “자선단체나 재단들이 개인들로부터 모인 자산을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각각 역할을 다양화하고 세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2011-09-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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