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코인 셜록-한국인 범죄 표적이 됐다] <하>미디어와 착한 기술의 공조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의 한 직원이 29일 서울 용산구 고객센터의 스크린에 뜬 주요 코인들의 시세 변동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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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지난해 11월 서울신문 암호화폐 범죄 피해추적 공공플랫폼 ‘코인셜록’을 통해 처음 알려진 로맨스 스캠 범죄인 ‘에밀리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청 관계자는 29일 “한국인 피해자들의 코인이 흘러간 후오비글로벌로부터 수사 단서를 확보했다”며 “국제적인 공조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중국계 암호화폐거래소인 후오비글로벌은 지난해만 해도 국내 사법기관에 비협조적이었다. 올 들어 코인 거래가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후오비글로벌도 한국 경찰의 자료 협조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경찰에 제출한 코인셜록의 가상자산 추적보고서가 수사의 단서가 됐다”며 “코인셜록을 통해 로맨스스캠 조직의 지갑 주소와 자금 흐름 기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수사 기간을 단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에밀리 사건(2020년 11월 4일자 11면·2021년 4월 15일자 9면)은 모바일 데이트앱으로 접근한 피해자들에게 코인 투자를 유도해 편취한 사기 사건이다. 코인셜록을 통해 처음 포착됐고,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5명으로 피해금액이 15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7월 21일 출범한 코인셜록은 서울신문과 블록체인 보안업체인 웁살라시큐리티가 공동 설립했다. 국내 암호화폐 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료 법률 지원과 수사 단서를 사법기관에 제공하는 국내 첫 공공플랫폼이다. 블록체인전문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도 지난 3월 암호화폐범죄신고센터를 출범해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코인셜록과 같은 플랫폼이 확산됐다.
코인셜록은 이날 현재까지 총 299건의 사건 접수를 받아 ‘믹싱’(거래내역 조작) 등 자금세탁 흔적으로 범죄 혐의가 짙거나 거래소로의 자금 이동을 추적한 62건의 보고서를 국내 피해자들에게 제공했다. 익명으로 코인 거래가 돼도 거래 내역 자체가 투명하게 공개돼 전문적인 추적 기술만 있으면 범죄 조직이나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다.
코인셜록 지원을 받아 경찰 수사를 접수한 김모(37)씨는 “경찰의 자체적인 암호화폐 자금 추적으로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데 코인셜록 보고서가 수사를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며 “코인셜록을 통해 내 피해 코인이 바이낸스거래소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국제 공조로 피해도 회복되고 처벌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에밀리 사건 피해자로 5300만원을 잃었다.
구민우 웁살라시큐리티 한국지사장은 “코인셜록 플랫폼 모델 이후 민간 기업들과 정부 기관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면서 “기존에 암호화폐 범죄는 ‘잡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추적뿐 아니라 범죄수익의 환수와 처벌도 가능하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21-09-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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