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보수’ 얘기 안하는게 좋다..젊은층 ‘꼴통’으로 생각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그동안 당을 상징해온 ‘보수’ 깃발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김종인 비대위원은 4일 당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당 정강ㆍ정책에 ‘보수’라는 표현의 삭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강정책ㆍ총선공약 분과위원장인 김 비대위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스스로 ‘나는 보수다’라고 찍는 정당은 오늘날 변화하는 세계에서 존재가 불가능하다”며 “시대가 많이 바뀌었으니 수정을 좀 해야 하며, 보수 같은 이념적인 얘기는 안하는게 좋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밤 TV 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일반 국민, 특히 20∼40대의 여론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것을 보면 이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표를 위해 쇄신한다고 하는 만큼 그런 측면에서 그 문제(보수 표현 삭제)도 검토 대상이 돼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정강ㆍ정책에) 보수라는 말을 넣느냐 안넣느냐는 의미가 없다”며 “‘보수’라는 얘기를 하면 젊은층에서는 ‘꼴통’이라고 생가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나라당 정강ㆍ정책에서 보수를 빼자는 것은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빼자는 것과 같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다른 나라 보수 정당의 경우 정강ㆍ정책에 ‘보수’라고 넣는 나라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1월9일 개정된 한나라당 정강ㆍ정책 전문에는 ‘새로운 한나라당은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주도해온 발전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명시돼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당장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보수’ 표현 삭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정강정책ㆍ총선공약 분과위 자문위원인 권영진 의원은 “정책분과 전체회의와 정강ㆍ정책 소위에서 ‘보수’ 표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김 비대위원의 개인 의견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옥임 의원은 트위터 글을 통해 “정강ㆍ정책을 아무리 읽어도 뭐가 잘못됐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비대위원은 ‘현정권 실세 용퇴론’을 둘러싼 친이(친이명박)계의 반발에 대해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각오하지 않고는 쇄신을 할 수 없다”며 “반발이 있다고 하나 정당은 항상 그런 요소를 가지며, 당을 폭파시킬 만큼의 강도는 아니다. 분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도 알려진 김 비대위원은 안 원장에 대해 “정치에 대해 내공이 없는 사람으로, 민주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안 원장이 치밀한 사람이므로 결국 대선 출마를 안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27세인 이준석 비대위원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 “이 비대위원을 잘 데려왔다고 생각한다. 자기 소신이 분명하며 까불 정도로 판단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도 25세에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