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확립ㆍ공약이행 점검에서도 역할할 듯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총리실 위상도 윤곽이 잡히고 있다.정치적 색깔이 두드러지지 않은 김 후보자의 스타일상 그가 국무총리가 돼 장관 후보자를 제청하더라도 ‘책임총리제’와는 일단 거리가 생겼으며 활동범위도 과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후보자는 총리 지명 기자회견에서 “최선을 다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외치(外治)는 대통령, 내치(內治)는 국무총리’식의 동등한 수위의 업무분할보다는 대통령의 지시를 바탕으로 하는 수직 관계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자가 인수위원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채 박 당선인을 조용하게 보좌해온 관계가 앞으로 내각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후보자가 자신의 ‘색깔’을 크게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총리의 각료제청권 보장은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인만큼 김 후보자가 분명하게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서면제청 등 대외적으로 입증할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에 규정된 총리권한은 제87조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 외에는 모호하고, 결국 박 당선인이 총리에게 어떤 업무를 맡기느냐가 총리의 ‘파워’를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총리실 관계자들은 박 당선인이 김 후보자를 공동선대위원장, 인수위원장에 이어 총리로 기용한 것은 신뢰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한 관계자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자신이 잘 모르는 사람을 총리로 쓰는 것과, 신뢰하는 사람을 총리로 쓰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행정부 경험이 없는 판사 출신의 김 후보자에게는 주도적 정책 입안 보다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부를 운용하는 능력이 더 부각될 것이라는데 시각이 일치하고 있다.
한 예로 ‘춘투(春鬪)’로 노동문제가 쟁점화될 때마다 총리실이 나서 정부의 대응방향을 잡았던 것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난제를 풀어나갈 때 ‘법과 원칙’ 기조가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부처간, 이해단체간 충돌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각종 갈등현안을 풀어나 가는데서 김 지명자의 조정 능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김 후보자 스스로도 인수위원장 임명후 기자회견에서 “재판장으로서 합의체의 합의를 이끌고 결론을 내는게 저에게는 생래적으로 훈련이 돼있다”며 “인수위에서도 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한가지 결론이 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이 중시하는 총ㆍ대선공약 이행을 총리실이 직접 나서 챙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최근 “총리가 정책 점검을 도맡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소수자ㆍ약자보호의 상징성을 지니게된 김 지명자가 총리실에 설치되는 사회보장위원회를 중심으로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이행을 총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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