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위법 따졌던 종전과 달리 역사관·편향성 쟁점與 “기회줘야 오해해소”vs 野 “국민 불용, 자진사퇴해야”
문창극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칼럼이 연일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청문요청서가 17일 국회에 제출된다.애초 제출계획 보다 하루가 늦춰진 것으로, 청문준비를 위한 자료수집과 검토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한 때문이라고 문 후보자 측은 전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사무실 앞에서 위안부 발언 논란 등과 관련해 취재진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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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하지 않는 이상 법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청문회는 열리기 때문에 여야는 문 후보자에 대한 엄호와 낙마로 입장이 갈려 청문회에 대비한 화력쌓기에 들어간 상태다.
문 후보는 휴일인 15일 자신의 총리후보 지명후 불거진 일련의 과거 발언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국민검증은 이미 끝났다”며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어 앞으로 사태 전개가 주목된다.
◇ 식민사관·우편향 논란…최대 쟁점될 듯 = 문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최대 쟁점은 최근 교회 및 대학 특강 발언으로 촉발된 ‘식민사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후보자들이 대부분 불법적인 재산 축적이나 자녀 교육, 병역문제 등이 쟁점이 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온누리교회 특별강연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일제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4월 서울대 강의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문 후보자의 ‘사상적 편향성 논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교회 강연에서 “6·25를 미국을 붙잡기 위해서 하나님이 주셨다”고 발언하고, “중국의 민주화, 자유화, 기독교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야당은 문 후보자가 신문 칼럼에서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나치게 경도된 우편향 성향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역사관이나 사상적 편향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쟁점이 되면 국민의 정서적 판단이 중요해 지는 만큼, 여론전이 한층 격렬해지리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與 “소명기회 줘야” vs 野 “자진사퇴 마땅” =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가 이 같은 쟁점들에 대해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서지도 못하고 낙마했고,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여야 모두 부담인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청문회 절차를 거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논란이 된 쟁점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소명할 기회를 갖자는 의도와 함께 문 후보자의 정책적 능력, 청렴성 등 다른 측면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렸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된 발언은 종교인의 자격으로 종교집회에서 종교인을 대상으로 행한 종교적 발언이므로 그것만 갖고 총리로서의 자질을 판단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덕적 흠결이나 법률 위반이 문제된 게 아니므로 본인의 역사 인식에 대한 진솔한 해명을 들어보면 오해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론을 거스른 ‘감싸기’로 비치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하면서 선입견을 배제하고 차분히 검증하자는 논리를 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문 후보자의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발언이 상황적 맥락이 고려되지 않고 비판받는다고 판단해 청문특위에 기독교인을 일부 배치하고, 전투력 있는 의원들도 상당수 투입해 야당의 공세에 대비할 방침이다.
그러나 청문회 후 여론이 호전되지 않을 때 대응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청문회 후 본회의 표결처리까지는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여론을 봐 가며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원내 관계자는 “청문회 후에도 여론이 좋지 않다면 표결에 부칠지는 그때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제까지 드러난 문 후보자의 발언만 봐도 이미 총리 자격이 없는 인사라고 판단, 낙마 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안은 여야를 떠나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청문회 전에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후보자는 매국적이고 천박한 역사철학을 갖고 있으며, 민족의 자존과 정체성을 내팽개쳤다”며 “지체없이 사퇴해야 한다. 청문회를 열어서 무슨 말을 듣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청문회를 열어 실체적 주장을 가리자고 하지만, 결국 변명의 장을 열어 주는 것”이라며 “문 후보자는 청문회 통과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진짜 역사관을 숨기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일부에서는 “인사청문회 대상이 될 자격도 없는 인물”이라며 청문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청문회를 진행한다면 야당도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이용해 문 후보자의 반역사성·반헌법성을 집중 공격하고 나아가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비판하며 문 후보를 ‘감싸기’하는 여당에 공세를 펴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새정치연합은 당내 중진 및 ‘대여 저격수’ 등을 총동원해 특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특위 위원장으로는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이 사실상 내정됐다.
물론 야당 일각에선 총리 후보를 잇따라 낙마시키는 것에 대한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예전처럼 도덕성의 흠결이나 전관예우, 주민등록법 위반, 다운계약서 작성 등을 문제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친일적 역사관을 가진 총리를 용인하느냐 하는 엄중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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