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중단속 韓방위비분담 줄어들까…논리대결 ‘치열’

한미연합훈련 중단속 韓방위비분담 줄어들까…논리대결 ‘치열’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6-26 16:40
수정 2018-06-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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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전략자산 전개 감소 예상되나 美 증액요구 철회할지는 미지수

한미 양국이 26일부터 이틀간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방위비분담 협상을 벌인다.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는 2019년 이후분에 대해 분담액의 가닥을 잡는 자리다. 이미 세 차례 회의에서 서로 카드를 다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변수가 돌출했다. 이달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미 양국은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했으며 양국 해병대연합훈련도 중지했고, 이는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 협상 논리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측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에의 미군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분담하라는 요구를 해왔으나,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결정된 탓에 이 논리 또한 바뀌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올해만 9천602억원의 분담금을 냈던 한국 측은, 여기에 더해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떠안아야 할 입장이었으나, 이젠 반격할 논리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이날 본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부터 양측의 논리가 맞섰다.

우선 우리측의 장원삼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최근 한반도 안보환경을 둘러싸고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측의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협상대표는 “한반도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서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한반도 정세변화를 언급했다.

이들 대표가 언급한 ‘안보환경 변화’와 ‘정세 급변’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냉전의 한 축인 북미관계가 해빙 국면으로 들어선 상황,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보를 논의하는 협상 프로세스 가동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후 발언을 보면 두 대표의 의도는 달라 보였다.

베츠 대표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 좋은 결과를 바라고 있지만, 우리의 논의에 포함되지 않은 우려도 여전히 크다. 그런 우려를 우리가 불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SMA는 한미동맹의 건전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주변 정세가 변한다고 해도 우리 임무에 변함없다. 앞으로 생산적인 협의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반도의 상황에는 여전히 우려가 클뿐더러 정세가 변해도 임무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기존의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역력해 보인다.

장원삼 대표는 “원만한 타결”을 강조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그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주한미군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주둔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평한 비용분담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실 우리 측은, 미 전략자산의 전개비용을 고려해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하라는 미국측의 요구를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하고 대응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따른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축소 자체도 의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미국이 한반도 상황의 유동성을 들어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요구를 고수하거나 다른 명목을 새롭게 거론하는 등 방식으로 한국의 분담액을 높이려 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한미연합훈련은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시적으로 중단해 놓은 것이기에 내년 상황은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측이 전략무기 전개비용 분담 요구를 거두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직후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주한미군을 빼고 싶다”고 언급한 대로, 주한미군 철수설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우리 측으로선 탄력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안보 상황 변화를 감안해 미국의 요구에 논리적으로 맞서며 ‘깐깐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견해와 동맹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가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미훈련들을 중단하기로 한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의 비용분담을 원하는 전략무기 전개는 실효성이 낮아진 만큼 우리는 ‘더는 전략무기 비용분담을 제기해서는 곤란하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그간 방위비 분담금에 합산되지 않았던 우리의 기여분을 포함시키자는 입장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한반도 상황의 가변성을 살펴 방위비분담 협정의 기간을 현행 5년보다 짧게 가져가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우리로서는 국민 감정상 수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증액해 주되,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 등의 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해 미일 수준으로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받아내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볼 때 외교가에선 한미 간 입장 차이로 이번 4차회의에서도 ‘적정한’ 방위비분담에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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