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이기보다 부채 축소에 무게 실릴듯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각 부처로부터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함에 따라 5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불지 주목된다.다만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선 공기업 민영화를 중심으로 통폐합, 구조조정 등 ‘몸집 줄이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엔 부채 줄이기에 무게가 실리고, 필요한 경우 조직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8일 삼청동 금융연수원 정부 업무보고 형식을 브리핑하면서 업무보고에 포함될 사항으로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꼽았다.
윤 대변인은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별도로 잡은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 합리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엔 연초부터 공기업 개혁을 강하게 밀어부친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공공기관 구조조정 방안이 주요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인수위는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공공기관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다. ‘미국 쇠고기 사태’로 촛불 정국에 밀려 잠시 수면 밑으로 내려간 공공기관 개혁은 그해 6월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재등장했다.
공공기관 개혁 프로그램은 민영화와 통폐합, 구조조정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인수위에선 이와 달리 부채 구조조정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공약에서 공공기관의 부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공공부문 부채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부채가 2008년말 286조2천억원에서 2011년말 463조5천억원으로 3년 사이 177조3천억원이나 급증한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인수위 측은 공기업 부채에 대해선 사업별 구분회계를 통해 부채증가의 책임소재를 보다 명확히 하고,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대형사업에 대해서 사전ㆍ사후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 당선인 측은 대선 공약에서 ‘공공기관 민영화 등 선진화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이해당사자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미흡했다’ 진단하고 있어 공기업 민영화나 구조조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위에서 용어를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에서 ‘합리화’로 바꾼 점도 이를 시사한다.
정부조직개편은 총괄 분과격인 국정기획조정분과의 강석훈 인수위원은 이 두 용어의 차이에 대해 “새로운 시대에 맞춰서 더 확대가 필요한 부분은 확대하고 축소가 필요한 부분은 축소한다는 상식적 의미의 단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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