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 유명인 실명 거론 ‘4001’ 출간 파문

신정아씨, 유명인 실명 거론 ‘4001’ 출간 파문

입력 2011-03-23 00:00
업데이트 2011-03-2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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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밤 10시에 호텔바에서 보자고…겉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출세욕 강했다면 鄭 부르는대로 만났을 것”

“정(운찬) 총장은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팔레스 호텔에 있는 바에서 만나자고 했다. 필요한 자문을 하는 동안 슬쩍슬쩍 어깨를 치거나 팔을 건드렸다. 언론에서 말하듯 내가 그렇게 출세욕이 강하고 정치적인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정 총장이 부르면 부르는 대로 만나러 나갔을 것이다.”(‘400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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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학력위조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씨가 22일 자전적 에세이 ‘4001’ 출간 간담회를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4001’은 신씨가 복역 중 가슴에 달았던 수인번호다.  연합뉴스
2007년 학력위조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씨가 22일 자전적 에세이 ‘4001’ 출간 간담회를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4001’은 신씨가 복역 중 가슴에 달았던 수인번호다.

연합뉴스


2007년 학력 위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39)씨가 22일 자신과 관련된 유명인의 실명을 거론한 ‘4001’(사월의책 펴냄)을 출간했다. 신씨는 ‘서울대 교수직 전말기’란 제목으로 정운찬(동반성장위원장) 전 서울대 총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달랐다’의 의미는 혼란스러웠다는 뜻이다. 정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정 총장이 존경을 받고 있다면 존경받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

신씨는 특히 공개된 자리에서 성희롱이라고 할 수도 없고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애매한 상황을 견뎌야 했다고 기억했다. 또 자신에게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직을 제의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던 정 전 총장의 인터뷰에 실소가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정 총장이 자신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한 기록이 있었음에도 검사들이 정 총장의 서울대 임용 제안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소름끼치게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실은 이랬고, 서운한 건 서운하다고 말하고 싶어서 실명을 표기하고 일부는 이니셜로 처리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4001’은 학력 위조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신씨가 4년간 쓴 일기를 토대로 한 책이다. 4001은 저자가 1년 6개월간 복역하며 가슴에 달았던 수인 번호다.

출판사 측은 변호사의 꼼꼼한 자문을 거쳐 유명인의 실명을 책에 그대로 실었다고 설명했으며, 기자회견 자리에도 변호사가 동석했다.

책은 2007년 7월 미국 뉴욕으로 신씨가 도피하다시피 떠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일명 ‘신정아 사건’이 터진 것이 학위 브로커 탓이라고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학력 위조는 전적으로 제 잘못이지만 도덕적으로 학위가 있다고 위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신씨는 학력(미국 예일대 박사)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07년 10월 구속기소됐다가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책에서 ‘똥아저씨’라고 지칭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는 가정을 파탄 낸 여자라고 욕했지만, 처음부터 내가 먼저 원하던 관계가 아니었다. 끈질긴 똥아저씨의 사랑에 나는 무너졌고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고 썼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은 신씨의 외할머니를 통해 시작됐다고 적었다. 당시 흔치 않은 지식인이었던 외할머니가 노 대통령에게 손녀를 눈여겨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이후 노 대통령은 신씨에게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고 하면서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크고 작은 코멘트를 듣고자 했다고 밝혔다. 측근인 모 의원을 소개해 주어 만나고 나서 인물평을 하자 노 대통령은 ‘역시 신정아’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두 얼굴의 기자들’이란 제목으로 언론과 기자에 대한 서운함도 토로했다. “지난 10년 동안 세상에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데 언론의 덕을 보았고, 그렇게 덕을 본 언론을 통해서 내 38년 인생을 잃어버렸다.”며 특히 문화일보에 실렸던 누드사진에 대해 “세상으로 가장 나오기 힘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훗날 국회의원이 된) C기자는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달려들어 나를 껴안으면서 운전기사가 있건 없건 윗옷 단추를 풀려고 난리를 피웠다.…만약 내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떻게든 똥아저씨와의 아픈 사랑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노 대통령이 그렇게 이모저모로 내게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변양균 전 실장과의 5년간의 만남, 동국대 교수 채용 과정과 정치권 배후설, 성추행과 같은 일부 인사의 부도덕한 행위 등이 적나라하게 담긴 신씨의 책은 또 한번 사회에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운찬 위원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신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정 위원장의 한 측근도 “대응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신씨가 정 전 총장이 자신을 미술관장이나 교수로 임용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는데, 서울대 임용시스템을 보면 해당 과에서 교수 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총장이라고 해도 관여할 권한이 전혀 없다.”면서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이런 주장만 보더라도 신씨의 주장들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유지혜기자 geo@seoul.co.kr
2011-03-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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