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양주 5병ㆍ소주 8병ㆍ맥주 30병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이태종)는 15일 취객에게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술값만 뜯어낸 서울 중구 신당동 L주점 주인 이모(4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 징역 4년보다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자신의 업소에서 술을 마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한 손님이 신체상 위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점 내실로 옮기거나 지인에게 연락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할 소비자기본법상의 보호의무를 지닌다.”면서 “설령 법률상 보호의무가 없다고 해도 일반음식점 운영자로서 주류 등 판매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신의·성실의 원칙상 조치를 취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씨 주장에 대해 “손님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술을 마시고, 만취해 옷을 입은 채 소변을 보는 등 정상적이지 못한 징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하면 사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 1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박모(49)씨에게 계속 술을 마시게 하며 주점에 머물도록 한 뒤, 만취한 틈을 타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 5차례에 걸쳐 박씨 계좌의 돈 600만원을 빼돌렸다. 사흘간 밥도 먹지 않은 채 양주 5병, 소주 8병, 맥주 30병을 마신 박씨는 홀 내부 소파에서 추위에 떨며 잠을 자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저체온증 등으로 숨졌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