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까지 내몰린 ‘집 잃은’ 멧돼지들

도심까지 내몰린 ‘집 잃은’ 멧돼지들

입력 2011-10-25 00:00
수정 2011-10-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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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건수 2008년比 4.5배…”난개발로 서식지 침범”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올림픽대로에서 김포공항 쪽으로 아반떼 승용차를 몰고 가던 김모(36.여)씨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시커먼 물체에 깜짝 놀랐다.

피할 겨를도 없이 이 커다란 물체를 들이받고 만 김씨는 차에서 내린 뒤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멧돼지였다.

성인 남성 2명의 몸무게에 육박하는 이 거구(150㎏)의 야생동물은 인근 야산에서 길을 잃고 8차선 자동차도로 한가운데까지 내려왔다가 차에 치여 즉사했다.

야생동물인 멧돼지가 최근 서울 도심과 대로변에까지 심심찮게 출현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가운데 지난 수년간 멧돼지 발견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서울시내에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119신고가 접수된 것이 67건, 이중 구조대가 출동해 사살·포획 등 처리한 경우가 64건이었다.

2009년에 접수된 신고가 27건, 2008년에는 15건이었던 것으로 집계돼 멧돼지 출현이 증가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2년새 4.5배로 늘어난 셈이다.

민가에 멧돼지가 나타나는 경우를 전국적으로 집계했을 때 2008년 197건, 2009년 308건에서 2010년 384건으로 완만히 증가추세에 있는 것에 비교하면 서울에서 출현빈도가 더욱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택가에 몸길이 1m50㎝ 정도 되는 멧돼지가 나타났다가 경찰과 구조대에 쫓겨 북악산으로 달아나기도 했다.

또 삼청공원과 정릉동에서도 멧돼지가 발견·신고돼 포획되는 등 서울 도심까지 멧돼지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관련 신고가 매년 꾸준히 늘고있는데 내부적으로는 ‘동물구조’ 신고로 통합해서 수치를 집계할 뿐 따로 관리하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 직원들이 수기로 멧돼지 관련 통계를 적어서 출몰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곧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멧돼지 개체수가 매년 30만마리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난개발로 서식지가 사라지는 바람에 사람들과 접촉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 동물자원과 관계자는 “골프장 등을 건설하면서 산을 파헤치는 바람에 멧돼지들이 길을 잃고 민가로 내려오고 있다. 강원도처럼 산이 많은 지역에는 오히려 사람과 접촉하는 게 드물지만 서울이나 울산 등 도심에서 출현 빈도가 늘었다”고 말했다.

먹이가 크게 부족하지 않은데도 한번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민가까지 내려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멧돼지가 산에서 사람을 마주치면 오히려 먼저 도망가는 경우가 많지만, 민가로 내려오면 낯선 환경에서 극도로 긴장하다보니 공격성이 높아진다. 살려고 버둥거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출몰지역은 등산로 등 사람이 다니는 곳인 경우가 많아 수렵 등을 통한 개체수 조절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멧돼지 서식지가 줄어드는게 원인이다. 멧돼지도 알고보면 피해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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