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지원 탓에…특성화고 예산 고갈

‘누리과정’ 지원 탓에…특성화고 예산 고갈

입력 2013-01-11 00:00
수정 2013-01-1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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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보육료 예산 확대에 특성화고 지원금 39억 → 5억 작년 대비 8분의1로 깎여

정부가 보육료를 지원하는 3~5세 대상 공동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이 각종 교육정책과 현안을 쓰나미처럼 집어삼키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방과후 학교, 학교운영비, 학교스포츠 강사지원 예산 등이 줄줄이 삭감된 데 이어 현 정부가 최대의 교육 성과로 꼽고 있는 고졸 채용을 주도하는 특성화고 지원 예산마저 지난해 대비 8분의1로 줄어들었다. 일부 시·도의 경우 다른 교육사업을 축소시키고도 정작 누리과정 필요 예산의 절반밖에 마련하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산업분야별 특성화고의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특성화고 체제개편 지원 예산’을 지난해 39억 2560만원에서 올해 5억 2000만원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평균 1억 6000만원이던 학교당 지원금은 올해 2000만원으로 줄었다.

시교육청은 기업체 맞춤형으로 산업분야별 특성화고에 지정되면 해당 학교에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는 2~4년차에 연평균 1억 6000만~2억원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 23개교, 올해 26개교가 지원 대상이다. 현 정부의 역점사업이자 최대 성과로 꼽히는 ‘고졸채용 확산’ 및 ‘선취업 후진학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서울시내 72개 특성화고 중 62개가 산업분야별 특성화고다. 하지만 누리과정으로 사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각 학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교육 과정을 개편하는 데는 단순히 교재뿐 아니라 교원연수와 기자재 구매 등 막대한 비용이 든다”면서 “200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육성은 교육정책 중 보기 드물게 모든 계층의 호응을 얻는 사회적 당위성이 있지만, 누리과정 확대로 인해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누리과정 예산 확대에 타격을 받은 것은 특성화고뿐만이 아니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서울지역 사립초등학교의 방과후 돌봄교실 지원 예산 5억 7000여만원을 전액 삭감했고, 학교시설 환경개선 사업비와 학교스포츠 강사 지원 예산도 각각 4억 9600만원과 4억원 줄였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충북·충남·광주 등 5개 시·도 의회는 이 과정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당초 편성안보다 4639억원 줄였지만 삭감된 예산은 다른 교육사업에 투입되지 않고 예비비로 책정됐다. 한정된 재원을 두고 벌이는 사업별 예산 확보 싸움에서 명암이 갈리면서 누리과정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이원희(49·여)씨는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가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은 학교에 돈이 없어 난방도 제대로 안 해 준다는데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 무조건 혜택을 몰아 주는 것도 옳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에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워킹맘 윤모(34)씨는 “누리과정을 전면 시행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예산을 줄이면 결국 지원금도 보조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닐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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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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