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중국·대만업체 기업 인수후 기술·자본유출” 주장
TFT-LCD 제조업체인 경기도 이천시 소재 하이디스테크놀러지(하이디스)가 지난달 직원 수십명을 권고사직하고 이달부터 강제후무에 돌입,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회사 노조는 대주주인 중국과 대만 기업이 노골적으로 기술과 자본을 유출한 뒤 공장을 폐쇄하고 떠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하이디스 노조에 따르면 아마존 킨들 생산업체로 유명한 대만 이잉크(E-ink)사가 실질적 대주주인 하이디스는 지난해 12월 14일 직원 65명에 대해 권고사직을 명령한 뒤 이달부터 설 이후까지 강제휴무에 들어갔다.
하이디스 노조 배재형 지회장은 “최근 삼성 등으로부터 많은 오더를 받아왔지만 대만인 사장이 생산을 못하게 했다”면서 “기술과 자본을 빼간 사측은 한국에서 더 이상 공장을 가동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측은 설 이후 공장을 재가동, 4월까지 물량 일부를 생산한 뒤 5~6월 다시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가 회사 경영상태를 조사한 결과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현재 1천280%로 국내 제조업 평균 부채율 90~120%를 훨씬 웃돌고 있고 유동비율(1년 갚아야 하는 부채대비 1년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비율) 역시 지난 2011년 120%에서 지난해 3분기 현재 62%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900여명에 달하는 회사 사원들은 쌍용차 사태와 같은 무더기 해고사태를 우려하며 극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이디스 노조는 이에 따라 최근 조병돈 이천시장를 만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89년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한 하이디스는 2002년 부도난 현대전자(하이닉스)를 분리 매각하는 과정에서 중국기업 비오이에 매각됐다.
그러나 비오이는 기술을 공유한다면서 양사의 전산망을 통합, 4천331건의 기술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뒤늦게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고 수천억원의 적자를 낸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결국 회사는 2006년 부도 처리됐고 이듬해 대만기업인 이잉크가 인수했으나 최근까지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는 하지 않고 하이디스 기술을 빼갔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 배재형 지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 대만 기업이 기술과 자본을 마구 빼가 회사는 만신창이가 됐다”면서 “쌍용차 사태와 같은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하이디스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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