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끈 한전-밀양 주민 765㎸ 송전탑 갈등

8년을 끈 한전-밀양 주민 765㎸ 송전탑 갈등

입력 2013-10-01 00:00
수정 2013-10-0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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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착공 이후 11차례나 공사 재개·중단 반복주민 “백지화나 지중화” 요구에 한전 “수용불가” 평행선

1일 경찰력 투입에 이어 2일부터 재개될 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한국전력공사와 반대 주민들의 갈등은 8년 동안 계속됐다.

산업자원부는 2000년 1월 제5차 장기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해 발표했고, 한전은 이 계획을 토대로 2001년 5월 765㎸ 신고리 원전-북경남 송전선로 경과지를 선정해 환경영향평가 용역에 착수했다.

한전은 환경영향평가를 완성해 2005년 8월 밀양지역에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때부터 한전과 주민의 갈등이 시작됐다.

주민 설명회로 초고압 송전탑이 마을 인근에 들어선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주민들 사이에 반대 기류가 형성됐다.

이듬해인 2006년 반대 분위기가 점차 확산하면서 송전선로가 지나는 밀양시 청도·부북·상동·단장·산외 5개 면 주민이 연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의 반대 속에도 경유지 선정, 측량, 실시계획 승인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08년 8월 765㎸ 송전탑과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착공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양측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 경실련, 국회의 중재로 갈등조정위원회, 보상제도 개선추진 위원회, 전문가 협의체 등이 운영됐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공사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주민들은 송전탑의 건강권 침해 등을 들며 국민권익위원회 이동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에 의해 출범한 밀양지역 765㎸ 건설사업 갈등조정위원회는 6개월간 20여 차례 회의를 열어 제도개선 추진위 구성, 초전도케이블 포럼 개최 등 5개 항목에 의견 접근을 보았으나 결국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어 경실련이 주관한 보상제도 개선추진 위원회도 2010년 11월부터 1년간 10여 차례 회의를 열어 지속적 지역지원사업, 지가 하락 보상 등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한전의 지속적인 설득에 힘입어 2011년 10월 5개 면 가운데 청도면이 처음으로 보상안에 합의했다.

나머지 4개 면의 반대는 여전했다.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계획의 전면 백지화 내지 위치 변경, 지중화를 줄곧 요구했다.

한전은 이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 양측은 전혀 간격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이런 가운데 2012년 1월 16일 산외면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1명이 분신해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장례식이 50여 일 뒤로 미뤄지면서 송전탑 갈등 사태의 해결은 더 멀어져 갔다.

이후 국회가 지식경제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보고, 반대 주민 대표의 증언, 공청회 개최 등으로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는 올해 5월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 송전탑 건설을 기술적으로 검토하도록 했다.

국회 산자위는 7월 전문가 협의체의 보고를 토대로 지중화, 우회송전 등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전과 반대 단체 및 주민들은 국회의 입장을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 견해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대 주민을 설득하려고 7월과 8월 초 3차례 밀양을 찾아 이·통장, 유림 대표 등과 대화를 나눴다.

여름휴가를 밀양에서 보냈으며 1천900여 가구에 송전탑 공사에 협조를 당부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7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한 공사 재개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지난달 11일 밀양시청과 단장면·산외면사무소를 차례로 방문해 송전탑 건설의 불가피성과 당위성을 전달했다.

사실상 정부의 최후통첩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밀양시, 한전, 협상추진 주민 대표 등으로 이뤄진 ‘밀양 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 협의회’는 같은 날 지역특수보상 사업비와 농산물 직거래장 공동판매시설 사업비 증액 등 새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한전은 지난달 말까지 마을별로 계속 접촉해 최대한 많은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었지만 반대 단체와 주민들이 궐기대회를 여는 등 반대가 거세 여의치 않았다.

합의가 안 되는 마을에는 밀양시에 위탁해 보상금 지급을 대행하도록 했다.

이와 병행해 한전은 지난 8월에 4개 면 주민 26명을 상대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창원지검 밀양지원에 냈다.

한전과 밀양 주민의 오랜 갈등으로 2008년 8월 공사가 시작된 이후 모두 11차례나 공사가 재개됐다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됐다.

2009년 7월 조해진 국회의원과 밀양시의 요청으로 송전탑 현장의 벌목작업이 처음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그 해에만 3차례 공사 재개와 중단이 되풀이됐다.

2010년 1차례, 2011년 3차례 더 공사가 재개됐다가 중단됐다.

지난해에는 주민 분신 사건과 국회 지식경제위 보고 등으로 재개된 공사가 진행되지 못 했다.

올해 5월 20일 재개된 공사는 전문가 협의체의 구성 합의로 9일 만에 중단됐다.

양측의 갈등을 키운 원인으로 정부의 민원 해결 의지 및 대화 노력 부족, 한전의 안이한 대처, 일관성 없는 밀양시의 민원 행정, 반대 단체와 주민들의 강경 투쟁 등이 꼽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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