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녹음파일 공방 예상…선고 내달 이뤄질 듯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이 기소된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6일 증인신문 절차가 마무리된다.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녹취록과 녹음파일 대부분을 증거로 채택한 재판부는 7일부터 녹음파일 등에 대한 증거조사에 들어간다.
◇증인 110여 명…제보자 나흘간 출석
6일 31차 공판에 출석할 증인 3명에 대한 신문을 끝으로 지난해 11월 14일 2차 공판부터 이어지던 증인신문이 끝난다.
검찰 측 88명, 피고인 측 23명 등 모두 111명의 증인이 하루 3~6명씩 30일에 걸쳐 법정에 섰다.
검찰은 주로 국가정보원과 대검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수사기관 직원들을 불러 혐의 입증에 주력했고 변호인단은 통합진보당 당원 등 진보인사들을 동원해 이에 맞섰다.
특히 이른바 RO(Revolution Organization)의 5월 두 차례 모임 등에서 참석자들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국정원에 넘겨 녹취록을 작성하게 한 제보자 이모씨에 대한 신문은 6차 공판부터 9차 공판까지 나흘간 이어졌다.
이씨로부터 녹음파일을 건네받아 녹취록을 작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국정원 수사관 문모씨와 위변조를 비롯한 녹음파일의 편집 여부를 감정한 대검 음성감정관 김모씨도 두세차례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녹취록·녹음파일 증거능력 등 쟁점
제보자 이씨에 대한 신문이 나흘에 걸쳐 계속된 이유는 이씨가 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도 하지만 진술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씨는 국정원에서 RO는 3~5명으로 이뤄진 세포 모임이 점조직으로 구성된 형태라고 진술했다가 변호인단 신문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추측이라고 번복했다.
또 RO 조직원이 다른 조직원에게 “네 조직명이 어디서 온 줄 알고 그러느냐”고 꾸짖은 사실을 근거로 줄곧 북한과 연계성을 주장했지만 변호인단 추궁에 “북한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리면서 RO의 실체는 물론 녹취록과 녹음파일 역시 쟁점이 됐다.
녹음파일의 원본 일부가 삭제된 상황에서 사본이 증거로 인정받으려면 원본과 해시값을 비교해 편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하는데 변호인단이 해시값 산출 당시 입회인으로 참여한 이씨는 신뢰할 수 없다며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 수사관들이 녹음파일을 듣고 작성한 녹취록의 증거능력 역시 의심받았고 재판부는 이에 대한 증거채택 결정을 미뤄오다 지난 30차 공판에서야 녹음파일 47개·녹취록 44개 가운데 녹음파일 32개와 녹취록 29개를 증거로 채택했다.
이밖에도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검찰과 변호인단은 기간시설 폭파 발언이 나온 RO 모임의 성격과 국정원이 피고인들로부터 압수한 문건의 이적성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하게 다퉜다.
◇증거조사에서도 치열한 공방 불보듯
재판부는 증거능력을 인정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대한 증거조사를 증인신문 절차가 끝난 다음 날인 7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증거조사란 재판 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릴 때 재판부가 최종 판단에 앞서 사실 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물증, 서증 등 각종 증거를 조사해 그 내용을 살펴보는 소송 절차다.
이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한 녹음파일(50여시간 분량)과 녹취록을 일일이 비교해 다른 점이 없는지 확인하고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듣고 난 뒤 증거들이 갖는 의미에 대한 의견을 검찰과 변호인단이 제시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녹음파일에 담긴 참석자 발언의 의미와 배경 등을 두고 증인신문에서 벌어진 공방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가 하루에 7시간씩 녹음파일을 듣는 강행군을 예고했지만 녹음파일을 모두 듣는 데에만 1주가 걸릴 예정이어서 결심 공판은 이달 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은 결심 공판으로부터 2주 이내에 선고 공판을 연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 1심 재판은 내달 중순께 끝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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