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도 항일운동… 외국인 아닌 동포예요”

“고려인도 항일운동… 외국인 아닌 동포예요”

입력 2014-03-01 00:00
수정 2014-03-0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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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5000명 후손들의 3·1절

지난 27일 오후 10시 경기 안산시 단원구 땟골마을의 고려인(구한 말과 일제 강점기에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동포들의 후예) 동포 지원단체 ‘너머’ 사무실.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친 시간, ‘너머’가 운영하는 한글야학 교실에는 30여명의 고려인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칠판에 적힌 한글을 한 자씩 더듬더듬 읽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 배움에 대한 열의가 가득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박알렉산드라(왼쪽·60·여)씨는 “3·1절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번도 고려인이란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면서 “이번 ‘3·1 만세 기념식’에 참여해 역사적 의미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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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일자리를 찾아 홀로 한국에 온 박씨는 “한글은 책과 TV를 보면서 배웠지만 역사에 대해 배울 기회는 없었다”면서 “고려인들에게 한국의 기념일을 소개하고 역사를 알려주는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1절을 맞아 안산에서는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유익수, 윤동욱 선생 등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하고 선언서 및 기념사를 낭독하는 ‘안산 3·1 만세 기념식’이 열린다. 안산 지역사 연구모임과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 및 문화복지 지원을 위한 안산시민 원탁회의’가 주최한 이 행사는 항일운동의 후예인 고려인들의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동시에 고려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김종천 안산미디어공동체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려인을 동포가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로 취급한다”면서 “일제 강점기에 고려인들이 러시아에서 독립을 위해 항일 운동을 벌였다는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고려인을 같은 민족으로 보듬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해주를 독립운동의 전초기지로 삼으며 항일 투쟁을 벌인 고려인들은 1937년 구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올해는 제정러시아 당국이 고려인들의 러시아 이주를 공식 허가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약 3만명으로 주로 안산, 동대문, 부산, 광주 등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시화·반월공단이 있는 안산에는 5000명 이상의 고려인 동포들이 모여 산다.

2003년 한국에 왔다는 고려인 임이고리(오른쪽·53)씨는 “한국인 고용주들이 고려인들을 상대로 월급을 두세 달 체불하는 것은 예삿일”이라면서 “같은 민족으로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승력 ‘너머’ 사무국장은 “고려인 동포들은 모국어를 잃어버렸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커서 다른 외국인에 비해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안산 조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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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ncho@seoul.co.kr
2014-03-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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