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정글’ 강남 헤매는 양재천 너구리들

’콘크리트 정글’ 강남 헤매는 양재천 너구리들

입력 2014-08-04 10:30
수정 2014-08-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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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새 12건 출몰 신고 …

양재천에서 발견된 너구리
양재천에서 발견된 너구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제공
서울 양재천에 주로 서식하는 야생 너구리들이 ‘콘크리트 정글’인 강남 도심 한복판까지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염성 피부병으로 쇠약해진 탓에 음식물 쓰레기 등 손쉬운 먹잇감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피부병은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4일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강남구에서만 12건의 너구리 출몰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 6일 밤 “마당에 너구리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 삼성동 경기고등학교 뒤편 주택은 야생 너구리 서식지인 양재천과 2.5㎞ 이상 떨어져 있다.

이보다 더 먼 곳인 대치동 포스코 사옥 인근 아파트에서도 올해 6월29일과 지난달 11일 두 차례에 걸쳐 너구리가 나타나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 주택가 등에 둘러싸여 딱히 너구리가 살 만한 곳이 없는 이 지역에서 최근 야생 너구리가 잇따라 발견된 것이다.

원인으로는 양재천 너구리 대다수가 걸린 것으로 알려진 전염성 피부병이 지목된다.

질병으로 쇠약해진 개체들이 비교적 먹이경쟁이 덜한 도심 아파트와 주택가의 음식물 쓰레기에 이끌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구청과 소방당국에 접수되는 너구리 출몰 관련 신고는 “털이 빠지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타까우니 데려가 치료해 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강남구 관계자는 “많을 때는 하루 3∼4통씩 너구리 관련 신고가 들어오는데 올해 들어서만 10여 마리를 잡아 동물보호소에 맡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생 너구리는 잡기 어렵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경우도 드물다. 어쩌다 완치되고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더라도 다시 피부병에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너구리 피부병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이다.

너구리 피부병을 유발하는 것은 옴진드기(개선충)나 모낭충인데, 이중 옴진드기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옴진드기는 피부 각질층에 1∼2㎜ 정도의 구멍을 파고들어가 알을 낳는다. 옴에 걸린 너구리는 결국 폐사하는 경우가 많고, 사람 역시 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리게 되고 치료도 오래 걸린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이혜원 정책국장 겸 동물병원 부원장은 “옴은 피부접촉으로 전염되는 만큼 기회가 생기더라도 너구리를 만져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너구리의 도심 진출을 막으려면 음식쓰레기 단속을 철저히 하고 우연히 마주쳐도 과자 등을 주지 않아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아픈 너구리를 정책적으로 치료해 방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옴진드기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 조사된 바가 없다”면서 “최근 양재천 너구리들이 인근 민가로 진출한다는 신고가 늘어난 만큼 가을에 생태조사를 벌이고 대응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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