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맺힌 할머니들 “끝까지 싸운다”… 정대협 “소녀상 계속 설치”

한 맺힌 할머니들 “끝까지 싸운다”… 정대협 “소녀상 계속 설치”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5-12-30 22:44
수정 2015-12-3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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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타결 후 첫 수요집회

“우리에게는 묻지도 않고 왜 멋대로 ‘타결됐다’고 합니까. 이건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는 겁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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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15년 마지막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올해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아홉 분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김명국 전문기자 daunso@seoul.co.kr
30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15년 마지막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올해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아홉 분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김명국 전문기자 daunso@seoul.co.kr
30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올 마지막 수요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는 피를 토하듯 이같이 절규했다.

1211번째인 이날 집회에는 지난 28일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 타결 이후 첫 번째 집회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자리를 함께한 700여명의 시민, 학생 등 참석자들은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박수와 함성으로 이 할머니를 응원했다. 또 한 명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8) 할머니가 이 할머니의 옆자리를 지켰다.

수요집회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는 “보통 100명에서 200명 정도 오는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직후 열린 집회여서 그런지 정말 많이 오셨다”고 말했다.

집회는 올 한 해 돌아가신 9명의 피해자를 기억하는 추모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황선순 할머니, 이효순 할머니, 김외한 할머니….” 사회자가 한 분 한 분 이름을 부르며 기구했던 삶의 기록을 읽어 내려갔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 할머니는 이틀 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타결한 정부를 향해 “협상 전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 이런 협상이 어디 있느냐. 우리 정부는 뭣하는 거냐”고 분노를 쏟아냈다. “끝까지 싸울 테니, 먼저 하늘에 가신 238명의 할머니 한을 풀 수 있게 여러분이 좀 도와주세요. 내 나이 여든여덟은 활동하기에 딱 좋은 나이입니다.” 박수가 쏟아졌다.

18명의 이화여고 합창단은 추모 공연 직후 각자 품고 있던 손팻말을 펼쳐 ‘굴욕 합의 반대한다. 할머니들 힘내세요’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시민과 학생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베와 일왕 무릎 꿇고 사죄하라’, ‘소녀를 지킵시다’라고 쓴 손팻말, 혹은 할머니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집회에 동참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평화비(소녀상)를 계속 설치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전국 각지의 평화비를 중심으로 릴레이 수요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위안부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모임 ‘평화나비 네트워크’ 김샘 대표도 “28일 회담 결과를 듣고 2년간 매주 수요시위에 나왔던 저도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25년간 싸우신 할머니들이 얼마나 마음 아프고 화가 나셨을지 모르겠다”며 “대학생들이 끝까지 할머니들과 싸워 갈 것”이라고 말했다.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헌화하는 것으로 집회가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할머니 사진이 새겨진 현수막 앞에 꽃을 내려놓았다. 몇몇 시민과 학생은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지 소녀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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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5-12-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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