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꿈 더 늦기 전에 이루자” 위안부 할머니 음반 녹음

“빼앗긴 꿈 더 늦기 전에 이루자” 위안부 할머니 음반 녹음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09-04 23:10
수정 2016-09-0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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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 할머니 늦깎이 가수 데뷔 “할머니 존재·음성 기록하는 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목소리를 담은 음반이 세상에 나온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녹음실에서 길원옥(88) 할머니의 노래 음반 녹음 작업을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평소에도 노래를 즐겨 부르던 길 할머니의 목소리를 음반으로 남기자는 의견은 수년 전부터 정대협 내부에서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할머니의 건강 탓에 번번이 미뤄야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녹음실에서 음반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녹음실에서 음반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제공
정대협은 이날 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도 사람이고 여성인 만큼 저마다 꿈도 재능도 있었지만 위안부에 끌려가면서 모두 잃은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할머니들이 빼앗긴 꿈과 재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드리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길 할머니의 건강을 언급하며 “더이상 미루면 할머니의 노래에 대한 기억조차 지워질지 모르겠다는 안타까움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작정하고 시작했다”면서 이번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기획·연출 등 음반 녹음을 위한 실무적인 부분은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53)씨가 선뜻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윤씨는 “길 할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신 만큼 숨이 차고 힘들어하셔서 녹음은 2시간 정도 진행됐다”며 “지금은 일단 할머니의 숨소리 하나도 아쉬워서 모두 기록해 둔 상태”라고 전했다.

길 할머니는 첫 녹음에서 창과 타령 등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 20여곡을 불렀다. ‘한 많은 대동강’, ‘눈물 젖은 두만강’ 등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의 마음을 담은 곡들도 포함됐다. 길 할머니의 고향은 평양이다.

이번 음반 작업은 단순히 길 할머니의 노래를 녹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할머니의 존재와 음성을 기록해 기억하는 일이라는 게 정대협의 설명이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길 할머니는 우리에게 그리고 후세대들에게 여성인권활동가뿐 아니라 가수로도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 할머니의 음반은 올해 안에 완성돼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 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 현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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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09-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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