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오래 걸려도 끝까지 비폭력 시위해야” “국민들이 정말 화가 나서 들고 일어날지 몰라”

“힘들고 오래 걸려도 끝까지 비폭력 시위해야” “국민들이 정말 화가 나서 들고 일어날지 몰라”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11-27 22:42
수정 2016-11-27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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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장기화… 엇갈리는 반응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면서 토요일마다 열린 촛불집회는 지난 26일로 5회째를 맞았다. 전국 각지에서 190만명(주최 추산·경찰 추산 33만명)이 모여 사상 최대 규모를 보였는 데도 평화 집회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집회가 장기화하고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무력감과 강경 대응 가능성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평화집회를 향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함모(58)씨는 “박 대통령이 쉽게 물러날 것 같진 않지만 오래 걸리고 힘들어도 비폭력 시위를 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대외적 국격은 떨어졌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품격에는 평화시위가 맞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으로 향하는 행진 대열에 동참한 정규화(18)군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이 많은 사람들이 여기 모였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평화집회로 당장 무언가가 바뀌지 않더라도 이렇게 국민들이 움직이면 천천히 변화해 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강경 대응에 대한 경고도 들렸다. 직장인 김모(39)씨는 “박 대통령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며 “계속 이렇게 나오면 국민들이 정말 화가 나서 들고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모(40)씨도 “박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며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국민들의 화가 폭발하기 전에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광장으로 나온 분노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던 힘의 원천이 바로 비폭력 저항”이라며 “당장 광장 밖으로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 좌절감이 들더라도 시민들이 그 힘을 믿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광장의 촛불은 사그러들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이 정치권의 행보에 주목하며 삶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항의 의사를 표현하는 ‘일상의 촛불’과 병행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이 좌절감을 갖게 한 책임은 정치인에게 있다”고 강조한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다음 행동을 모색할 게 아니라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총대를 넘겨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미 시민들은 거듭된 촛불집회로 충분히 성숙한 민주주의와 민의를 보였다. 정치권은 신속하게 탄핵안을 발의하는 등 광장의 정치에서 제도권의 정치로 다시 무게추를 돌려 더이상 시민들이 추위와 무력감에 떨지 않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중이 인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확고하게 민의를 표시했는데도 청와대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답을 듣지 못한 시민의 목소리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관계자는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해 의사표현할 수 있는 공간은 당연히 평화집회”라며 기조 유지를 강조했다. 이어 “다만 평화집회만으로 박 대통령이 물러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는 30일 민주노총 총파업, 대학생들의 동맹휴업, 소등 운동 등 시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민 저항 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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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11-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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