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죽인 죄인, 죗값 치르겠다”…3남매 장례소식에 엄마 오열

“자식죽인 죄인, 죗값 치르겠다”…3남매 장례소식에 엄마 오열

입력 2018-01-08 13:53
수정 2018-01-08 13:5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변호사 법률 지원 면담 했지만 ‘간접적으로 고사’…검찰 수사후 재판 넘겨질 듯

이미지 확대
3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에서 화재를 일으켜 세 남매를 숨지게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엄마 정모씨가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아파트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에서 화재를 일으켜 세 남매를 숨지게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엄마 정모씨가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아파트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식 죽인 죄인입니다…평생 죗값을 치르겠습니다.”

8일 오전 실수로 화재를 일으켜 세 자녀를 숨지게 한 엄마 정모(23)씨가 9일 동안 수사받던 경찰서를 떠나 검찰로 향하는 호송차에 올랐다.

경찰은 정씨가 사건 초기 진술을 번복하고, 어린 자려는 구하지 않고 홀로 대피한 정황 등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러나 사건은 정씨가 ‘담뱃불을 이불에 끄면서 발생한 실화’로 경찰수사 결과 결론 났다.

정씨가 비록 4세·2세 남아, 15개월 여아를 두고 만취해 귀가해 담뱃불을 이불에 튀겨 끄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불이 나게 했지만 고의로 불을 지른 증거가 전혀 없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정씨가 일관적으로 ‘담뱃불을 잘 못 꺼 불이 나게 했다’고 인정하고, 현장검증 결과와 감식·부검 결과가 이 같은 진술을 뒷받침했다.

물론 어린 자녀를 놔두고 밖에 나가 술을 마신 점, 담뱃불을 이불에 꺼 불을 일으킨 점, 자녀를 구하지 못한 점 등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으나 ‘고의로 불을 질렀다’고 법적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실수로 불을 지르고 세 남매를 숨지게 한 정씨의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정씨를 중과실 치사와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경찰에 송치했는데, 이 같은 혐의가 재판 결과 인정되면 최고 5년 이하 금고형에 처해 질 수 있다.

방화 의심과 세 자녀를 죽게 했다는 비난 등에 휩싸인 정씨가 적절한 법률적 지원을 받지 못해 기본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을 것을 우려한 두 여성변호사는 정씨를 찾아가 면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씨는 ‘너무 어려서 잘 모른다’며 변호사들을 되돌려 보내고 경찰을 통해 ‘부모의 뜻에 맡기겠다’며 간접적으로 법률 지원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의 친정 부모도 ‘네가 잘못한 일은 처벌받고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딸인 정씨에게 성실하게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다독였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3일 세 남매의 장례가 치러졌는지 모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받던 정씨는 최근 부모를 통해 자녀들의 장례 소식을 전해 들었다.

비록 죄인이지만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잃은 슬픔에 정씨는 오열했다.

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나 때문에 아이들이 죽었다. 자식을 죽인 죄인이니, 평생 죗값을 치르며 살겠다”고 뒤늦은 후회를 쏟아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