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피해 당사자도 모르는 합의 무효 돼야”

위안부 할머니 “피해 당사자도 모르는 합의 무효 돼야”

이혜리 기자
입력 2018-01-09 22:36
수정 2018-01-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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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큰 피해 할머니·시민단체

“바라는 건 오로지 일본의 사죄뿐”
나눔의집 “재협상 요구 안하는 건 할머니들 기만·정부의 권리 포기”

정부가 9일 발표한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실망감을 나타냈다. 각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 사과하는 등 피해자 중심 행보를 보인 만큼 합의의 완전 폐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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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 발표를 TV로 시청하며 눈시울을 훔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왼쪽) 할머니. 그 옆은 동명이인의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seoul.co.kr
9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 발표를 TV로 시청하며 눈시울을 훔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왼쪽) 할머니. 그 옆은 동명이인의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seoul.co.kr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1) 할머니는 “당사자도 모르게 한 합의는 완전히 잘못됐다. 다시 해야 한다. 무효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명이인의 다른 이옥선(88) 할머니는 “바라는 건 오로지 일본의 사죄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도 “합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으니 무효화해야 한다”면서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건 할머니들에 대한 기만이며, 우리 정부가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015 합의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아님을 정부가 공식 선언하고 일본 정부 위로금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방향은 환영하지만 일본 정부의 자발적 조치만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외교 문제라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만 하겠다는 태도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정부가 합의의 중대한 흠결을 인정하면서 합의 폐기나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소녀상농성대학공동행동도 공식 SNS를 통해 “할머님들을 찾아뵙고 병문안까지 가셨던 분들이 (어떻게)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느냐”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의 현실적 효력을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재협상은 기존 협상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그런 면에서 오늘 발표는 위안부 문제가 합의 이전으로 회귀한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원점부터 풀어 가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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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18-01-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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