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둑 신고했다가 간첩 몰려 옥살이…40년 만에 재심 무죄

소도둑 신고했다가 간첩 몰려 옥살이…40년 만에 재심 무죄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7-11 10:37
수정 2018-07-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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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불법구금 상태서 자백 강요…국가의 과오에 용서 구한다”

집에 괴한이 들어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간첩을 도왔다는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남성이 40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간첩 및 간첩방조 등 혐의로 1979년 징역 10년의 판결을 확정받은 A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1974년 자신의 집에 괴한 2명이 왔다 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이 괴한들이 소도둑이라고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런데 A씨는 4년이 흐른 1978년 돌연 들이닥친 서울시 경찰국 대공분실 수사관들에게 연행됐다.

A씨는 영장도 집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55일간 불법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가혹 행위도 이뤄졌다.

수사관들은 당시 침입했던 괴한들이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된 A씨의 친척으로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이며, A씨가 그들에게 지역 예비군 상황을 알려준 뒤 북한 복귀를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지령에 따라 국내에서 간첩 활동도 한 것이 아니냐며 자백을 강요했다.

혹독한 수사를 받은 A씨는 수사관들이 강요한 대로 자백했다.

그는 이후 재판 과정에서 이 진술이 강요된 것이라 주장했으나 1978년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40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수사관들의 강요에 자백한 피고인의 신문조서나 자술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주요 참고인들의 진술 역시 간첩 행위의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며 “따라서 간첩·간첩방조 등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거 암울했던 권위주의 시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범법자로 낙인찍힌 채 영어의 몸이 됐을 뿐 아니라 출소 후에도 보안관찰 등으로 상당한 기간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다”며 “이제 피고인에게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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