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타네요”…9천원 애호박, 2천800원 폭락 ‘산지 폐기’

“애가 타네요”…9천원 애호박, 2천800원 폭락 ‘산지 폐기’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7-28 11:44
수정 2018-07-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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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주산지 강원 화천 “5천원 회복 때까지 폐기”…농가에 최저 생산비 지원

강원 화천군이 지역 농민 보호를 위해 최근 가격이 폭락한 애호박의 산지 자율감축, 즉 폐기를 결정했다.
팔수록 손해…결국 버려진 애호박
팔수록 손해…결국 버려진 애호박 지난 27일 강원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 농민들이 애호박을 폐기하고 있다. 화천산 애호박은 최근 경매 낙찰가 기준 8㎏짜리 1상자가 최저 1천원에서 최대 4천원, 평균 2천832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이맘때 1상자에 9천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폭락 수준이다. 2018.7.28
화천군 제공
화천은 매년 7∼8월 전국에 유통되는 노지 애호박 물량의 70%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주산지다.

올해는 350개 농가가 210㏊에서 약 6천t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화천산 애호박은 지난 23∼25일 경매 낙찰가 기준 8㎏짜리 1상자가 적게는 1천원, 가장 높은 금액도 4천원에 거래됐다.

평균 단가도 2천832원에 불과했다.

최저 생산비를 건지고 이윤도 남기려면 5천원 이상은 돼야 하는데, 평균 거래가격이 겨우 절반 수준인 셈이다.

지난해 이맘때 1상자에 9천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폭락’ 수준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만 쌓이는 데다 늘어난 인건비까지 부담으로 더해졌다.

애호박 가격하락 원인은 ‘날씨’ 때문이다.

예년보다 적게 내린 비로 풍부한 일조량은 애호박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과 휴가철 소비 감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크게 넘어섰다.

화천군은 도매시장 가격이 사흘 이상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농가 피해확산을 우려해 지난 27일 가격 안정화 대책회의를 열고 ‘산지 폐기’라는 극약 처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산지 폐기는 시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을 줄여 가격을 회복시키기 위한 자구책이다.

참여 농가는 최저 생산비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을 지자체와 지역 농협에서 보전받는다.

군은 우선 ‘화천군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지원조례’에 따라 군비로 농산물 가격안정 자조금을 풀기로 했다.

자조금 3천만원에 화천농협과 간동농협이 1천500만원씩 총 6천만원을 출연해 출하기준 상 특품으로 분류된 애호박 폐기를 시작했다.

27일 2천500상자를 폐기한 데 이어 연이틀 트랙터로 애호박을 짓이겼다.

힘들게 키운 애호박을 폐기한 송찬수(58)씨는 “지금 내봤자 박스값도 나오지 않는다”며 “일단 군에서 4천원을 보전해주니 급할 불은 끌 수 있지만 빨리 가격이 안정화돼서 정상 출하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군은 폐기 농가에 상자당 4천원을 지원하며 최대 1만5천상자 폐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

군은 최저 생산비 이상인 5천원선을 회복하는 시점까지 생산량 자율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29일에는 애호박, 오이, 토마토 등을 대량 생산하는 인접 시·군과 함께 생산자 대책회의를 열어 농가 피해에대응할 방침이다.

최문순 군수는 “추가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개입해 생산, 마케팅, 유통 등 농정 전반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단 자율감축 조치로 인해 농가들이 물류비와 인건비, 포장비 등 추가 비용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급이 조절돼 애호박 가격이 상승할 때까지 최저 생산비를 지원해 농가 부담을 덜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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