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참사 유가족들 절규…“1주일째 원인규명·책임자처벌 없어”

이천 참사 유가족들 절규…“1주일째 원인규명·책임자처벌 없어”

김태이 기자
입력 2020-05-05 14:54
업데이트 2020-05-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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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장관들이 와서 사정 듣고 실질적인 대책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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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큰 슬픔의 무게
너무나 큰 슬픔의 무게 1일 오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오열 하고 있다. 2020.5.1
연합뉴스
“정치인들이 자꾸 와서는 아무 대책도 없이 해결하겠다고 말만 하는데, 제발 대통령님과 이하 장관님들이 같이 오셔서 유족들 이야기를 진솔하게 한 번 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감해 주시고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5일 경기 이천시 서희 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내 유가족 대기실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기실에선 분향소를 찾은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과 유가족 20여명이 면담 중이었다.

50여 분간 이어진 면담에서 유가족들은 내내 격양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 유가족은 “2008년에도 똑같은 사고가 있었는데 국민을 우습게 아는 건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전혀 없었다는데 이런 사업장을 관리·감독하고 있기는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유가족은 “총공사비 600억원 중에서 5억원만 썼어도 화기 감시인 10명씩을 매일 배치할 수 있는데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며 “이건 총칼을 안 썼을 뿐이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임 차관을 향해 호통쳤다.

임 차관은 “대통령의 지시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2008년 사고가 왜 일어났고 왜 반복됐는지, 기본적인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책임자를 엄벌에 처하기 위한 조사도 여러 기관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한 유가족은 “당장 개선책이 필요한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몇층에서 불이 난 지도 모르고 구속된 사람 한 명이 없다”며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나와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계속 이런 식이면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또 들리지 않겠나”고 격분하며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각부 부처 장관들이 함께 와서 이야기를 듣고 실질적인 대책을 좀 만들어달라”며 임 차관을 향해 “제발 일정을 좀 잡아 달라고 보고를 올려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일정 문제는) 제가 조율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통해 보고를 올리고 이야기 전달하겠다”며 “현장에도 고용노동부 파견 인력을 상주시키고 있으니 그 밖에 유가족들이 원하시는 것도 계속 듣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어린이날인 이날도 합동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려는 이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영정 앞에 선 조문객들은 “어떻게 이렇게 갈 수가 있어”, “애들은 어떡하라고 그러고 갔어”라며 닿지 않는 높이에 있는 영정을 향해 손을 뻗은 채 오열했다.

조문객 중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아빠의 영정을 마주한 어린아이도 있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합동분향소에는 지난달 29일 모가면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희생자 38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졌다.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지하에 유가족들이 쉴 수 있는 임시 휴게공간을 마련했으며, 유가족들이 장례 기간 머물 수 있도록 이천지역 6개 숙박시설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 희생자 유가족마다 공무원들을 1대 1 전담 배치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유족들을 돕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2분께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폭발과 함께 불길이 건물 전체로 확산해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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