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수사 ‘혐의없음’ 종료에 시민단체 “경찰 진실 은폐” 주장

박원순 수사 ‘혐의없음’ 종료에 시민단체 “경찰 진실 은폐” 주장

이보희 기자
입력 2020-12-30 15:34
수정 2020-12-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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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권력의 압력에 굴복”
“수사내용 당장 공개하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임·방조 및 변사와 관련된 경찰 수사가 5개월만에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 되자 시민단체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경찰에 박 전 시장과 관련된 수사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30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경찰은 지난 5개월 간 피해자의 진술과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를 살폈고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참고인 조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가 고발한 피의사실이 사실인 지를 밝힐 수 있는 수사내용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과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를 근거로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진술을 공공연하게 부인하는 자들에 대한 불기소 송치 의견만을 밝혀 피해자를 더 극심한 사회적 압박과 2차 가해의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찰의 이번 발표는 숨진 박원순 전 시장과 2차 가해의 근원지인 서울시 사람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라며 “경찰이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박원순 성폭력을 비호하는 권력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고 주장했다.

또 “진실과 피해자의 구명 앞에 수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경찰은 지금 당장 피해자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수사내용을 오늘 당장 공개하라”며 “ 경찰은 진실의 은폐는 그 자체로 범죄행위이고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반드시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46명의 경찰은 5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낸 결과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며 “적어도 경찰이 피해자 진술, 참고인 진술, 증거자료들을 분석했고 그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은 뒷받침 된다고 정도는 발표할 것이라 믿었다”고 규탄했다.

이어 “고인과 그 유가족의 명예를 고려해서 사망동기를 밝힐 수 없다는 경찰에게 묻는다. 피해자에 대한 고려는 어디에 있나”고 물었다.

또 오성규 서울시 전 비서실장이 경찰 조사 결과에 대해 ‘고소인 측과 지원 여성단체의 주장이 거짓이거나 억지인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면서 이에 대해서 “성폭력 피해자는 어떤 피해를 받아도 가해자가 죽으면 사법구제조차 받지 못하고 공격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올 역량이나 되는지 이제는 의심스럽다”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시장, 사망 전날 “문제될 소지 있다” 인정“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마지막 메시지한편 경찰 수사가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검찰 수사에서는 피소 유출 과정과 극단선택에 이르게 된 정황 등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며 새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이 30일 발표한 ‘박 전 시장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결과 설명자료’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사안을 전해들은 것은 그의 극단적 선택 전날(7월 9일)인 7월 8일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은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로부터 ‘시장님 관련해서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이야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냐’는 이야기를 처음 전해듣게 됐다. 임 전 특보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시장은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 것 없다’고 대답했다. 재차 ‘4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으시냐’는 임 전 특보의 질문에도 ‘없다’라고 거듭 부정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당일 밤 늦은 시간 급히 회의를 소집한 이후 임 전 특보 등 측근들에게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회의에서는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사건(피해자가 다른 서울시 직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당시 박 전 시장은 고 전 비서실장에게 ‘(피해자 측이)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자신이 피해자에게 성추행 등 불미스러운 일을 고발할 빌미를 제공했다고 판단 △피해자와 여성단체가 고발 혹은 단체행동을 할 일에서 자신이 시장직을 던질 만큼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성추행 고발 빌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오전 10시 44분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유서성 메모를 남겼다. 오후 1시 24분쯤에는 임 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오후 1시 39분쯤에는 고 전 비서실장에게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전화를 한 뒤 북악산으로 향했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 및 실체적 진실의 확인 필요성을 감안하여 필요한 모든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되 유출경로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점, 관련자들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박 전 시장을 시점으로 역방향으로 유출경로를 찾는 수사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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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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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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