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예훼손 ‘유죄’ 발언 전광훈만 표현의 자유? [이슈픽]

대통령 명예훼손 ‘유죄’ 발언 전광훈만 표현의 자유? [이슈픽]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0-12-31 10:49
업데이트 2020-12-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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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보석으로 풀어준 판사 이번엔 무죄
나오자마자 광화문집회 참석해 확진 판정
무죄받자마자 “대통령이 전염병 불러들여”

전광훈 목사 바라보는 고영주 변호사
전광훈 목사 바라보는 고영주 변호사 고영주 변호사(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전 전 목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전 목사는 지난해 10월3일 광화문부터 청와대 인근까지 열린 대규모 도심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는 등 위법행위를 벌이는 것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0.1.2
뉴스1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집회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문재인은 간첩’, ‘문재인이 공산화를 시도했다’ 등 발언으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30일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허선아)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광훈 목사의 집회 발언을 모두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라며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도 ‘자유’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으로서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와 같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 간첩이라고 지칭하며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최한돈)는 지난 8월 27일 고 전 이사장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족상잔, 이념갈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발언 내용의 중대성과 명예훼손이라는 결과,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이념 간 갈등상황을 보면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난 2월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 집회 무대에서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0.2.23 연합뉴스
지난 2월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 집회 무대에서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0.2.2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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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종교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 권위와 역할, 새로운 가능성 등이 두루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와 법회 등을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한 상황에서 보수 성향의 전광훈 목사는 8·15 집회를 주도하면서 2차 확산을 촉발시켰다. 서울신문 DB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종교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 권위와 역할, 새로운 가능성 등이 두루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배와 법회 등을 중단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한 상황에서 보수 성향의 전광훈 목사는 8·15 집회를 주도하면서 2차 확산을 촉발시켰다.
서울신문 DB
허위사실 유포와 표현의 자유 구분돼야
與 “이해하기 힘든 판결” 野 “상관없어”
방역수칙 반발·충돌…사랑제일교회 우려


전광훈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허선아 판사는 지난 4월 20일 ‘위법한 시위·집회에 참가해서는 안된다’는 보석 조건을 전제로 전광훈 목사를 풀어줬다. 그러나 전 목사는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고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 이후 검찰은 보석취소를 청구했고 재판부는 보석취소를 결정해 전 목사는 9월 7일 다시 수감됐었다.

이번에도 전광훈 목사는 무죄를 선고받고 나오자마자 엄지를 들며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를 초청했다” “이태원 사태가 터졌을 때 정세균 총리가 추적하지 않아 민가에 퍼졌고, 그 이후에 우리 교회가 테러당했다” 라며 검증되지 않은 명예훼손적 표현을 이어갔다. 그는 31일 오전 사랑제일교회에서의 기자회견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시민단체 ‘평화나무’는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민주당 역시 “막무가내식 허위사실 유포와 표현의 자유는 엄연히 구분돼야 하는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의 무죄판결에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나타냈고, 이 당 소속 민경욱 전 의원은 “사법부에 희망이 있다”며 기뻐했다.

전광훈 목사가 기자회견을 여는 사랑제일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초반부터 집회 금지 행정 명령에 강한 반발감을 드러내 방역당국과 충돌했다. 전 목사가 수감되자 매일같이 전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예배와 기도회도 열었다. 2차 대유행의 시작점인 예배를 강행했고, 8·15 광화문집회에도 교인 다수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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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계속되는 사랑제일교회 역학조사
늦은 밤 계속되는 사랑제일교회 역학조사 20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중대본의 역학조사 중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0.8.21 연합뉴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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