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바라던 ‘기적’은 없었다

손꼽아 바라던 ‘기적’은 없었다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21-06-21 01:18
업데이트 2021-06-2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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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센터 화재 김동식 소방령 순직
1계급 특진·녹조훈장 추서…오늘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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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동식 구조대장. 연합뉴스
故 김동식 구조대장.
연합뉴스
‘기적은 없었다.’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화재 진압 도중 건물 내부에서 실종된 소방관이 화재 발생 사흘째인 지난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이날 수색팀 15명을 투입, 오전 10시 49분쯤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52) 구조대장의 유해를 발견했다. 실종 48시간 만이다. 유해가 발견된 곳은 지하 2층 입구에서 직선으로 50m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다. 발견 당시 김 대장의 시신은 내부 화염으로 훼손이 심한 상태였다. 소방 관계자는 “수습할 수 있는 대로 수습해서 병원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화재 발생 당일 화염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 틈을 타 대원 4명과 함께 지하 2층으로 진입했다. 꺼져 갔던 불이 진열대 상품이 쏟아지면서 다시 살아났고, 김 대장은 후배 4명과 함께 건물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현장 진입에 맨 앞, 탈출할 때는 맨 뒤를 고집했던 김 대장만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의 구조 작업은 곧바로 진행됐지만, 가연성 물질로 인해 거세지는 불길에 이내 중단됐다. 건물 붕괴 위험도 있어 내부 진입이 불가능했다는 게 소방 당국의 판단이었다.

발만 동동 구르던 소방 당국은 이틀이 지난 이날 오전 건물 안전진단에서 ‘내부 진입이 가능하다’고 판단, 곧바로 인명 훈련을 받은 구조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결국 김 대장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광주소방서 한 관계자는 “모두가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김 대장의 무사귀환을 빌었다”면서 “동료와 후배를 먼저 생각했던 김 대장의 희생정신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김 대장에 대한 순직 절차를 진행하고 장례를 경기도청장(葬)으로 치른다. 또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한다. 영결식은 21일 오전 9시 30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 20분쯤 연면적이 축구장 15개 넓이와 맞먹는 12만 7178.58㎡에 달하는 쿠팡덕평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처음 불꽃이 이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21-06-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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