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때가 아냐” 서울대, 청소노동자 유족에 사과 거부

“미안하지만 때가 아냐” 서울대, 청소노동자 유족에 사과 거부

곽혜진 기자
입력 2021-07-10 09:32
수정 2021-07-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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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1.7.7 연합뉴스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1.7.7 연합뉴스
서울대학교가 최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의 유족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사망원인을 공동조사해야 한다는 유족과 노동조합 측 요구안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한 노동자는 생전 과중한 업무와 부당한 지시로 고통을 호소해왔다.

서울대 시설관리팀 관계자들과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측과 서울대 측은 지난 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임금 협상과 노동자 처우 개선 등에 대한 교섭을 진행했다.

이날 교섭에서 노동조합 측은 앞서 유족과 함께 밝혔던 ▲진상 규명을 위한 산재 공동조사단 구성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 ▲유족에 대한 서울대 차원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대 측은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면서 이 같은 노조의 제시안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족에게 사과하라는 요구도 ‘유족에게 인간적으로는 미안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사과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거부했다.

서울대는 학내에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서울대 인권센터에 총장 직권으로 조사를 의뢰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유족과 노동조합 측은 공동조사단 구성 등을 서울대 측에 계속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기숙사에서 일하던 50대 청소노동자 이모씨는 지난달 26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가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범죄 혐의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유족과 민주노총은 지병이 없던 이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극심한 노동 강도와 직장 갑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정원 196명인 기숙사 건물 관리를 홀로 맡았으며, 평소 동료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과 상사의 부당한 지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민주노총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이 회의에 정장차림 등 ‘가장 멋진 모습’으로 오지 않으면 고과에 반영하겠다고 압박하고, 미화 업무와 관련 없는 영어·한자 시험을 보게 한 뒤 점수를 공연히 언급해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측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복장을 규정한 것은 회의에 참석한 후 곧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평상복을 입으라는 지침이었다고 해명했다. 영어·한자 시험을 치르게 한 것 역시 청소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장소 특성상 유학생들이 많아 적절한 응대를 위한 교육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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