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암살자(들)’과 표현의 자유

[씨줄날줄] ‘암살자(들)’과 표현의 자유

김상연 기자
김상연 기자
입력 2026-10-01 00:52
수정 2026-10-0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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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암살을 그린 영화 ‘JFK’도 역사왜곡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케네디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명작으로 꼽힌다. 두 가지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픽션을 가미하더라도 팩트의 근간은 흔들지 않고, 유족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다.

영화 ‘암살자(들)’은 이 두 가지 원칙을 위배한다. 영화는 당시 ‘김대중 납치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박정희 정권이 정국을 반전시키려 육영수 여사를 암살하는 자작극을 벌였음을 암시한다. 부인을 잃은 피해자가 졸지에 패륜적 가해자로 둔갑한 셈이다. 이것이 표현의 자유라면,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의 신군부를 쿠데타를 진압한 참군인으로 묘사해도 표현의 자유인가.

또 영화는 피해자의 유족에게 큰 상처를 준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담아도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괴로울 텐데, 아버지가 어머니의 암살에 연루됐다니 ‘2차 가해’가 아니고 무엇인가.

영화는 육 여사를 관통한 총알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 등 몇 가지 의문점을 음모론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암살범 문세광은 사형 직전 박 대통령 부부에게 사죄하면서 “조총련 놈들에게 속았다”는 유언을 남겼다. 죽음 앞의 인간이 무슨 이득을 본다고 거짓말을 하겠나. 더이상 무슨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영화에 박 대통령이 저격을 지시했다는 내용은 없으며 중앙정보부 내부의 암투가 있었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변명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정 ‘윗선’의 자작극을 파헤치는 내용임을 초등학생도 보면 알 수 있다. 중정의 암투가 주제였다면 그 암투를 묘사한 장면이 하나라도 나와야 한다. 그러기는커녕 대통령 경호실 책임자가 암살극의 주역으로 활약한다. 차라리 음모론에 확신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면 비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2026-10-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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