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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맛 뚝 ·아토피 쑥… 골칫거리로 전락한 제주 삼나무

감귤 맛 뚝 ·아토피 쑥… 골칫거리로 전락한 제주 삼나무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3-04-04 10:14
업데이트 2023-04-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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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당도 떨어뜨리고 꽃가루 아토피 유발
바다와 한라산 전망도 가려 경관 저해 지적
삼나무 제거 원할때 한그루당 자부담 1200원
도 유산본부 “식생 경관 회복 위해 순차 간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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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대표 농작물인 감귤나무가 삼나무 방풍림으로 인해 당도가 떨어지고 아토피 등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주도가 삼나무 방풍림 제거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제주도 대표 농작물인 감귤나무가 삼나무 방풍림으로 인해 당도가 떨어지고 아토피 등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주도가 삼나무 방풍림 제거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식목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제주지역 감귤 과수원에 심어져 방풍림 역할을 하던 삼나무들이 점점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4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햇빛을 가려 감귤나무의 재배를 방해하고 꽃가루를 발생시켜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는 감귤과수원 방풍림을 제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서귀포시는 감귤 생육에 불량한 환경을 개선함은 물론 삼나무 꽃가루로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 예방으로 도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총사업비 18억 9000만 원을 투자해 지난달초 감귤원 방풍수인 삼나무 5만 7000여그루 제거에 나섰다.

고봉구 서귀포시 감귤팀장은 “방풍수는 강한 바람을 막아 어린 감귤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감귤 재배 초창기인 1960년대와 1970년에 심어졌다”면서 “하지만 높이가 높아지면서 바다와 한라산 전망을 못할 정도로 자연경관을 해치고 햇빛을 가려 감귤의 당도를 떨어뜨려 수익창출이 안돼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3억원으로 책정한 사업 예산을 18억 9000만원(530%)으로 늘려 수요에 대응하고 보조 비율도 기존 자부담을 40%→10%로 낮춰 농가 부담을 덜었다. 나무 1그루당 밑동 절단 작업단가가 2만 10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농가는 2100원만 내면 되는 셈이다. 파쇄를 원하면 1그루당 1만 2000원(자부담 1200원)에 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1100농가가 신청해 1만 7000그루를 제거했다. 신청자에 한해 방풍림을 제거한 자리에 방풍망 설치작업도 병행한다.

특히 감귤원 방풍수로 식재된 삼나무는 4~5월 꽃가루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꽃가루에 의한 아토피와 같은 환경성 질환의 경우 제주는 33.8%로 서울(1.1%), 수원(0.7%) 등 타 시도에 비해 환자발생률이 월등히 높은 편이다.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방풍수 제거로 도로변 경관 환경개선, 고품질 감귤 생산, 도민 꽃가루 알레르기 발생 감소 등 1석 3조의 효과로 농가 호응도가 높음에 따라 올해부터 2025년까지 삼나무 방풍수를 대대적으로 제거할 계획”이며 “지속적이고 과감한 예산 투입으로 방풍수 정비를 희망하는 모든 감귤 재배 농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시도 올해 예산 6억 원을 들여 감귤원 방풍수 2만여그루 제거에 나섰다. 지난달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작업현장에 투입되어, 3월말 현재 5000여그루를 정비 완료했다.

감귤원 삼나무가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최근 제주도가 삼나무림의 효율적인 관리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열려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서 지난달 29일 한라수목원에서 세미나를 열고 도내 삼나무림과 편백림이 과밀화돼 있어 제주 고유 식생 경관 회복과 생물종 다양성 확대를 위해 순차적인 간벌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김종갑 박사(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거문오름 삼나무림의 식생정비지역을 모니터링한 결과 분화구내 인공림 100%를 제거하고 외곽의 인공림 70% 간벌토록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삼나무는 1924년대 제주시 월평리(일본 나가노산)에 조림된 이후 조림수종으로 선정되어 산림녹화 기간동안 많은 면적에 조림되어 관리되어 오고 있다. 1933년 한남 시험림에 삼나무 7.3㏊ 조림(일본 아끼다산)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부터 이루어진 삼나무 조림은 당시 목재생산이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심어져 왔고, 1960년 이후에는 감귤원 방풍림이나 목야지의 방풍림으로 제주 감귤진흥정책에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너무 자란 삼나무 방풍림은 되레 자연경관을 해치고 햇빛을 가려 감귤의 맛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김 박사는 “종 다양성 및 제주고유식생 경관 회복을 위한 적극적 정비를 위해 일시적 개벌보다 순차적 강도간벌(75%)로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주도 삼나무림은 산림면적 8만 7334㏊의 약 4.9%(4347㏊)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삼나무림의 92%(4001ha), 편백림의 77%(811ha)가 과밀화 형태를 띄고 있고 벌채가 가능한 4영급 이상이 삼나무림의 83%, 편백림의 59%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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