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닭서리 그 이후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닭서리 그 이후 …

입력 2012-02-13 00:00
수정 2012-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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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서리의 대미는 ‘해치우는 일’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듯, 한겨울에 식은땀 흘려가며 서리한 닭을 어떻게 먹어치우는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사’를 감쪽같이 매조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들 눈에 안 띄는 옴팍한 산골짜기나 갯가에 화톳불을 피워 구워먹는 것입니다. 한데라서 좀 그렇지만 사방으로 날리는 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제법 괜찮은 갑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마른 나뭇가지를 그러모아 지핀 불 속에 그냥 서리한 닭을 던져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뒤 불가에 둘러앉아 한 식경쯤 노닥거리다 보면 털이 새까맣게 그을려 오그라붙은 닭이 구수한 냄새를 풍깁니다. 엉겨붙은 털을 벗겨내면 잘 익어 뽀얀 닭의 속살이 드러나지요. 내장만 들어내고 준비한 깨소금에 툭, 찍어 넣고 짜릿하게 소주 한 잔 마시면 그 풍미를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갑책은 아니지만 얼큰하게 닭탕을 끓여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닭탕의 문제는 장소 제약이 따르고, 뽑은 털을 말끔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릅니다. 닭털, 그거 날리기 시작하면 골치 아픕니다. 닭서리 들통 나는 건 일도 아니지요.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닙니다. 끓는 물을 부어 닭털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사실, 이 방법이 좋지만 닭 좀 먹는다는 사람들은 이보다 수작업으로 털을 뽑은 뒤 불에 잔터럭을 살짝 그을린 걸 좋아하거든요. 닭탕을 끓일 때 냄새가 퍼진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고기 맛보기 어려운 시골에서, 한밤중에 구수한 닭탕 냄새가 진동하면 나중에 뒷감당 어렵습니다.

어쨌거나 닭 한마리 잡도리해 겨울밤을 안온하게 날 수 있었던 것은 생활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옛적 시골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요. 요새야 삶은 달걀 한 개만 훔쳐먹어도 당장 경찰 출동하니 엄두도 못 낼 일이거니와 장난 아니라면 굳이 남의 것 탐내면서 살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문제는 함께 어우리져 산다는 정서의 교감인데, 다른 건 다 버려도 이것만은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뚝배기 같은 친구가 그렇듯 누군가 같이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 말로 정신건강에는 더 없는 보약이니까요.

jeshim@seoul.co.kr

2012-02-1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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