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비 일부 ‘건보재정’서 충당… 건보공단도 몰랐다

백신접종비 일부 ‘건보재정’서 충당… 건보공단도 몰랐다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21-01-12 21:28
업데이트 2021-01-1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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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드는데 질병청 예비비 9000억뿐
건정심 의결 거쳐야… 단체 반대 땐 논란
“조합비 사용 땐 더이상 무료접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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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한계… 인력 충원해 주세요” 코로나 의료진의 눈물
“체력 한계… 인력 충원해 주세요” 코로나 의료진의 눈물 코로나19 집단감염 환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요양병원에서 이송된 중증 환자들의 간병까지 도맡아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을 속속 떠나고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간호사가 “지난달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동료 11명 중 4명이 그만뒀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으로만 버티기 힘든 상황임을 알기에 붙잡을 수도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전 국민 무료접종 계획을 밝힌 가운데 전 국민 무료접종 비용 일부를 국민건강보험재정에서 충당하는 방안이 거론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무료접종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한다는 취지이지만 사실 건강보험재정은 국가예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건보재정에서 충당하려면 사회적 합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의결 자체는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정작 건보공단은 ‘무료접종 비용 일부를 건보재정으로 충당한다는 얘기를 언론 보도로 처음 알았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2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국민들에게 접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2조원이다. 진찰료와 주사료, 의약품관리료 등 시행비를 계산하면 1인당 2만원 안팎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신 구입비(8571억원)와 예방접종 실시를 위한 부대비용(380억원)은 올해 예비비로 편성돼 있다. 백신 구매를 위한 추가 비용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확보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편성한 예산은 전 국민 무료접종을 하기엔 한참 모자란다. 정부 일각에서 건보재정 활용 언급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정부로서는 예비비를 사용하거나 국채 발행을 통해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건보재정으로 활용하면 기재부가 중시하는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비용 조달이 가능하다. 건보재정은 현재 국가재정제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제도는 국가예산으로 운영하지 않고 상호계약에 따라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사회보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건보 가입자들이 낸 ‘조합비’를 백신 접종 비용으로 쓰게 되면 더이상 ‘무료접종’일 수 없게 된다.

건보재정을 무료접종에 동원하려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건정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건보급여 대상으로 결정해 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건정심에 참여하는 가입자단체 중 일부라도 건보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현재 건보재정을 어느 정도 규모로 충당할지 건보공단과 논의한 적은 없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앞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21-01-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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