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이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고 회사자금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김기영 부장판사)는 16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고 회사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들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실질적으로 직접 경영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피해 회사(금오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을 마치 개인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듯이 손쉽게 이용했고, 이로 인해 피해 회사에 34억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아들이 대여금을 전부 변제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과 피고인의 전과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 회장은 2009년 6월 미공개 내부정보를 통해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262만주(보유 주식 중 88%)를 집중 매도해 102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8년 1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금오피앤비화학과 공모해 총 23회에 걸쳐 자신의 아들에게 총 107억5천만원 상당을 대여하도록 한 혐의(배임), 제품 납품대금 명목으로 31억9천880만원 상당의 금호석화 명의 전자어음을 발행 및 지급한 혐의(횡령) 등이 추가됐다.
재판부는 박 회장의 배임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으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회피와 횡령 혐의는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박 회장은 김태남 서울화인테크 사장과 공모해 업체들로부터 각종 원자재를 공급받으면서 구매단가를 부풀려 대금을 지급하고, 이들 업체가 부풀려진 대금을 서울화인테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도록 한 혐의(횡령)로도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 없이 혐의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박 회장과 함께 서울화인테크 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된 김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환영한다”며 “유죄로 인정된 일부 혐의에 대한 항소 여부는 향후 결정할 것이며 일단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