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원인과 유사하다며 엄벌…희생자 위해 기부는 참작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슬픔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법원이 최근 형사 판결을 선고하면서 양형 이유에서 잇따라 세월호를 언급해 관심을 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권태형 부장판사는 화물차에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리다가 실수로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황모(45)씨에게 금고 10월을 선고했다.

권 부장판사는 황씨에 대한 양형 이유에서 “차량 구조변경으로 5t 차량에 1천700㎏밖에 싣지 못하게 됐는데도 피고인이 이를 2천800㎏이나 초과해 운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며 “지금 온 국민을 비통하게 만든 세월호 사고의 발생 원인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어 “교통수단에 과적을 한 채 운행하게 되는 경우 인명의 대량 살상이라는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런 불합리한 관행적 행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런 취지에서 피해자 측과 원만히 합의한 황씨에게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양형 이유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피고인을 선처한 경우도 있었다.

부산지법 형사항소4부(김형태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19)군과 배모(19)군에게 각각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들의 어머니들이 보호자로서 백배사죄하는 마음을 담아 세월호 참사 관련 희생자들을 위해 각 150만원의 기부를 한 점”을 정상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범행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사회적 피해가 늘고 있어서 피고인들처럼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많지 않은 하수인의 경우에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형을 크게 덜어줬다.

한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슬픔이 너무나 커서 일선 판사들에게도 상징적인 사건·사고로 여겨지는 듯하다”며 “당분간 비슷한 언급이 자주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