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위 증언한 박헌영 “죽을까봐 崔비위 수첩 보관”

최순실 비위 증언한 박헌영 “죽을까봐 崔비위 수첩 보관”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7-06-30 22:28
수정 2017-07-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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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前대통령 재판 중 갑자기 엎드려 휴정

박근혜(65·구속 기소)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SK와 롯데그룹 등 대기업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지원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세세하게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이 추가로 나왔다.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의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는 K스포츠재단에 롯데가 70억원을 지원하는 데 대가성이나 부정한 청탁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날 대기업 출연 관련 실무작업을 한 것으로 판단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최씨의 업무지시 내용을 기록한 수첩 두 권을 공개했다. 수첩에는 최씨가 지난해 1월 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뒤 곧바로 스포츠 관련 교육사업들을 기획했고 기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한 내용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박 전 과장에게 “교육사업이 남는 거다”고 말하며 기획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SK 쪽에 가이드러너 학교 설립 관련 예산 89억원을 요구했지만 24억원만 지급하겠다 했다고 박 전 과장이 보고하자 최씨는 “30억원을 달라고 해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최씨는 “SK에서 안 받기로 했다. 돈을 나눠서 주고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는 건 받으면 안 돼”라고 했다고 박 전 과장은 주장했다.

수첩에는 또 ‘롯데의 70억원’이 송금됐다가 갑작스레 반환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박 전 과장은 롯데로부터 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전화 통화한 내용도 확인했지만, 롯데 측의 현안 해결 요청이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제야 수첩을 내놓은 이유와 신빙성을 문제 삼으면서 박 전 과장을 추궁했다. 그러자 박 전 과장은 “죽을까 봐 갖고 있었다. 나를 보호할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오후 6시 30분쯤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갑자기 박 전 대통령이 양팔에 얼굴을 묻고 푹 쓰러져 엎드리는 모습을 보여 휴정되기도 했다. 방청석에 있던 일부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검사 XX들아, 우리 대통령 죽으면 알아서 하라”며 욕설을 퍼붓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삼성 측 변호인단은 “K스포츠·미르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 모두 압력에 의해 강제로 출연금을 냈는데도 삼성만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7-07-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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