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간첩단’ 박노수씨 유족에 정부가 23억원 배상하라”

“‘유럽간첩단’ 박노수씨 유족에 정부가 23억원 배상하라”

입력 2017-09-01 22:34
수정 2017-09-0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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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형 45년 만에 국가 책임 인정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1972년 사형이 집행된 박노수 교수의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23억원대 손해배상을 받는다. 박 교수가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지 45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박상구)는 1일 박 교수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70억원을 배상하라고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3억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불법적인 수사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사형이 선고됐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 일부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박 교수의 자녀 박모씨에게 9억 9333만원, 배우자 양모씨에게 8억 3212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박 교수의 형제자매에게도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들의 사망에 따른 상속인들에게 총 5억 20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이담의 조의정 변호사는 “박 교수의 부인은 한국이 싫어 캐나다로 이민을 간 상태고, 자녀 박씨는 간첩의 굴레 때문에 결혼도 못 하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받은 고통에 비해 금액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족들과 상의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2년 뒤인 1969년 발생한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이다. 당시는 박정희 정권의 장기 집권 가능성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케임브리지대학에 재직 중이던 박 교수는 1969년 4월 잠시 귀국한 사이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 박 교수의 도쿄대 동창인 김규남 전 민주공화당 의원도 비슷한 시기에 연행됐다.

박 교수는 북한 공작원에게 지령과 공작금을 받은 뒤 북한 노동당에 입당해 독일 등지에서 간첩활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김 의원은 영국에 유학 가 박 교수와 함께 이적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고 1972년 7월 집행됐다. 서울고법은 2013년 10월 유족이 청구한 재심에서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돼 조사를 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을 받아들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7-09-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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