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수난시대

하승진 수난시대

입력 2011-03-09 00:00
업데이트 2011-03-0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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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팀 ‘골리앗 막기’ 노골적 반칙

하승진 수난시대다. 프로농구 KCC 하승진. 리그 최고 공격 옵션이다. 차원이 다른 높이로 상대를 제압한다. 정상적인 수비로는 막기가 힘들다. 방법은 두 가지다. 골밑에서 떼어내든지 반칙으로 끊어야 한다. 하승진은 림에서 1m 이상 멀어지면 골 성공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밀어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반칙이 차라리 남는 장사다. 확실한 득점은 막고 불확실한 자유투를 내준다. 리그 대부분 팀이 이쪽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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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승진은 괴롭다. 노골적인 반칙 작전에 시달린다. 몸은 멍투성이다. 매 경기 긁히고 차이고 넘어진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 화를 내면 팀 분위기만 헝클어진다. 혼자 참는 수밖에 없다.

하승진은 어떤 상황을 겪고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서울신문이 지난 5일 하승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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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 반칙이 더 위험

잡아당기고 매달리고 때리는 건 이제 초탈했다. 하승진은 “이해한다. 상대도 어쩔 수 없을 거다.”라고 했다. 키 작은 선수가 키 큰 선수를 막다 보면 자연스레 일어나는 동작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눈에 안 보이는 반칙이 위험하다. 몸싸움할 때 다리 사이에 무릎을 밀어 넣는 경우. 혹은 자세를 낮춰서 엉덩이로 무릎을 미는 경우다. 이러면 크게 다칠 수 있다. 뛰어오르다 중심을 잃고 떨어지면 대책이 없다. “그런 동작을 지시하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패대기쳐질 땐 기분 나쁘다

일부러 감정을 자극하는 선수들도 제법 있다. “패스 들어올 때 허리를 잡고 돌려서 패대기쳐요. 넘어지면 잡아주는 게 예의인데 일부러 쳐다만 보고 있고….” 이럴 때는 화가 많이 난다. 주로 어린 선수들이 이런 플레이를 많이 한다고 했다. “잠깐씩 들어와 뛰는 선수들이 이럴 경우가 많아요.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주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저 얄미운 반칙도 있다. “크게 파울하는 것도 아니고 손바닥으로 등을 막 쳐요. 입으로는 파울! 파울! 파울! 소리치면서….” 이러면 하승진도 웃고, 상대도 웃고, 심판도 웃는다.

●통증… 교통사고 후유증 수준

사실 경기할 때는 모른다. “나중에 다시 화면을 보면 쿵 하면서 크게 떨어지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그 순간에는 아픈 줄을 몰라요.” 그래서 경기는 그냥 뛴다. 문제는 다음날이다. 221㎝, 150㎏ 안팎 몸무게의 하승진이다. 뒤로 넘어지거나 공중에서 떨어지면 엄청난 하중을 받는다.

특히 머리와 목이 심하게 흔들린다. 교통사고로 강한 충격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 “딱 그런 느낌이에요. 다음날이 되면 목이 심하게 아픕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하승진은 “시간이 되면 낙법을 배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못 참을 땐 혼자 고함…

하승진의 대응 방법은 뭘까. 해답은 “없다.”다. 하승진은 “같이 흥분하거나 대응하면 경기가 엉망이 되어 버린다.”고 했다. 스스로도 리듬이 무너지고 팀원들도 덩달아 흥분할 수 있다. 보복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항의하거나 대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노골적인 반칙이 정도 이상으로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혼자 천장을 바라보면서 고함을 지릅니다. 화나고 짜증 나는 감정을 한번에 담아서”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어느 정도 스스로 감정이 추슬러진다. 상대도 흠칫 놀라 조심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1-03-0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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