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서니 세계 피겨대회 모스크바로 낙착

푸틴 나서니 세계 피겨대회 모스크바로 낙착

입력 2011-03-25 00:00
업데이트 2011-03-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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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월드컵 유치 잇따라 성공..국제스포츠계 ‘큰손’ 위상 다져

일정이 표류하던 2011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가 러시아 모스크바 개최로 가닥이 잡히면서 국제 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위상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총리는 3월21일 일본에서 개막할 예정이던 올해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가 강진 여파로 무산되자 공개적으로 유치활동을 펼쳤다.

1만2천석 규모의 메가스포츠 아레나를 경기장으로 내세운 러시아의 모스크바는 이 같은 푸틴 총리의 후원을 등에 업고 캐나다 밴쿠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레이크 플래시드 등 쟁쟁한 후보도시를 손쉽게 따돌렸다.

넉넉한 숙박 시설과 직항 편이 많은 국제공항 등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이 더해지면서 모스크바는 결국 애초 원했던 날짜의 개최권을 얻어냈다.

푸틴 총리는 이번 유치 과정에서 “피겨 세계선수권대회는 그다지 비용이 많이 드는 대회가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모든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대국의 총리다운 ‘통 큰’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러시아에는 수백만 명의 피겨 팬이 있으며 우리는 이 같은 멋진 쇼를 보기를 원한다”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도움을 원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강력한 개최의사를 표명했다.

푸틴 총리가 유치전에 직접 개입하자 연기와 취소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던 ISU는 크게 힘을 얻었다.

”취소하거나 10월로 연기하겠다”고 했다가 “4~5월 유럽이나 북미에서 개최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던 오타비오 친콴타 ISU 회장은 푸틴 총리의 발언에 힘입어 예상보다 빨리 대체 개최지와 경기일정을 잡은 것이다.

푸틴 총리가 국제 스포츠계에서 ‘큰 손’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문제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 이슈가 생길 때마다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 러시아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일례로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 때 러시아 소치가 평창을 제칠 수 있었던 것도 푸틴 총리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시 과테말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한 우리나라(평창)의 노무현 대통령 외에 러시아(소치)의 푸틴 총리(당시는 대통령), 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의 알프레드 구젠바워 총리가 집결해 로비전을 펼쳤다.

노 대통령은 과테말라에서 나흘 동안 총회장을 누볐지만 중무장한 경호부대까지 동원한 푸틴의 영향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푸틴은 그 당시 국가원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자국어를 사용하는 관례마저 깨고 파격적으로 영어와 불어를 구사하며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펼쳐 IOC 위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또 러시아가 2018년 월드컵 축구 개최국으로 선정된 과정에서도 푸틴 총리의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르트-엑스프레스’는 “푸틴 총리가 월드컵 유치 활동 기간에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3분의 1과 비밀면담을 했다”며 푸틴 총리의 숨겨진 공로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푸틴 총리는 러시아에서 국기(國技) 대접을 받는 격투기 스포츠인 삼보에도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삼보 선수로 뛰기도 했던 푸틴은 세계삼보연맹(FIAS)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삼보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국내 스포츠계의 한 관계자는 “푸틴 총리는 러시아삼보연맹을 통해 한국처럼 삼보가 생소한 나라에 코치를 보내고 국제대회 초청 비용을 대는 등 삼보의 국제화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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